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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불장에 투자 대기자금 ‘밀물’… 요구불예금 한달새 29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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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섭 기자

승인 : 2025. 07. 06. 17:52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 656조
정기예금 9조·美달러 27억 달러 ↓
"투자 타이밍, 유동성 계좌로 몰려"
금리 인하 기조와 국내 증시 호황 기대감이 겹치면서 정기예금에서 자금이 빠지고,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의 잔액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미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외화예금이 환전돼 원화 요구불예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자산시장 진입을 노리는 '투자대기자금'이 유동성 계좌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월 말 기준 656조680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29조9317억원(4.8%)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은 940조8675억원에서 931조9343억원으로 약 9조원 감소했다. 한 달 새 빠진 정기예금보다 늘어난 요구불예금이 3배 이상 많은 셈이다.

요구불예금 증가는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중 한 곳을 제외한 네 곳은 모두 2022년 9~10월 이후 최대 수준의 요구불예금 잔액을 기록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기준 1년 만기 기본금리는 연 2.15~2.20% 수준에 그친다.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대부분 2.5%를 넘기기 어렵다. 물가상승률이나 자산시장 수익률 기대와 비교할 때 정기예금의 실질수익률은 크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투자 대기 성격의 자금이 유동성 예금에 머물고 있는 양상이다.

자산시장은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6월 중순 3000선을 돌파한 이후 한 달 가까이 3000선을 유지 중이다. 주식시장에 유입 가능한 투자자예탁금은 60조9000억원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투자를 고민하는 고액 자산가나 기관 자금이 수시입출금 계좌에 대기하면서, 단기적으로 요구불예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유동성 확대 흐름은 원화 자금에만 그치지 않고, 외화 자금에서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6월 말 기준 774억8678만 달러로, 전월보다 22억4784만 달러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미화 달러 예금은 오히려 27억 달러 줄었고, 유로화·엔화 등 비달러 통화 예금이 5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나며 전체 외화예금 증가를 이끌었다.

이는 최근 달러 약세 흐름과 맞물려, 환차익 기대가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일부 자산가나 기업의 경우 달러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자 외화예금을 축소하고, 원화로 환전해 유동성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4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62.3원으로, 4월 말(1437.5원)과 비교하면 약 75원 하락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환차익이 낮아져, 환전 수요가 늘면서 일부 유동성이 원화 요구불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와 환율이 동반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투자 타이밍을 재는 자금들이 정기예금보다 유동성 계좌로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요구불예금으로의 유입은 단기적일 수 있지만,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금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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