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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물가 2% 올랐다는데…체감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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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지훈 기자

승인 : 2025. 07. 07. 17:11

이지훈 기자
"별로 담은 것도 없는데 10만원이 나왔어요. 요즘은 마트에서 장을 보면 일단 가격부터 꼼꼼히 확인합니다."

최근 세종시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물가와 관련해 이같이 토로했습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올랐습니다. 한국은행 물가 안정 목표치인 2% 안팎에 부합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A씨는 "마트에서 장을 보면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오른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공식 통계는 안정적 수준인데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가 더 큰 이유는 뭘까요.

통계청은 매월 458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소비자물가를 산출합니다. 문제는 소비자물가가 가중평균 방식으로 계산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집세, 통신비, 교통비 등 상대적으로 변동이 적은 항목은 소비자물가에서 비중이 큽니다. 반면 외식, 가공식품, 생필품 등은 개인의 소비에서 차지하는 체감 비중이 크지만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즉 소비자들은 자주 사는 품목의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그 품목들은 물가 비중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물가 상승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커피(10.2%), 라면(6.9%), 빵(6.4%), 달걀(6.0%) 등은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상회한 반면, 교통비 등 공공서비스 1.2%, 집세는 0.8% 상승에 그치며 물가 평균을 낮추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상승이 더 높게 느껴집니다. 저소득층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상승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10년간(2014~2024년) 소득분위별 '소비자 체감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23.2%로 고소득층인 5분위(20.6%)보다 2.6%포인트 높았습니다. 저소득층의 물가 부담을 높인 가장 큰 요인은 식료품·비주류 음료(20.9%)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는 단순한 착시가 아닙니다. 공식 물가가 안정돼도 국민이 느끼는 부담이 줄지 않으면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정책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체감 물가를 반영할 수 있는 더욱 세밀한 보조지표 개발과 소비 패턴의 변화를 고려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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