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으로 중국과 격차 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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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부사장)은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이와 같이 밝혔다.
LG전자는 올해 CDU(냉각수 분배장치) 등 데이터센터용 액체냉각 솔루션 수주를 작년 대비 3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평균보다 2배 빠른 성장 속도를 목표로 한 '압축 성장 전략'이다. 특히 기존 산업용 중심이던 칠러(Chiller) 사업은 데이터센터 분야로 외연을 넓히며, 향후 2년 내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최근 원전·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공장 등 대형 산업현장 도입이 늘고 있어 성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날 선보인 AI 데이터센터용 냉각수 분배장치(CDU)는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고발열 칩을 직접 냉각하는 방식으로, 공간 효율성과 전력 효율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돌입할 예정이며, 현재는 글로벌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성능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이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코어테크 기술과 위닝 R&D 전략을 바탕으로 액체냉각 솔루션을 연내 상용화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신뢰성 검토를 마치고 내년부터는 고객사에 본격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LG전자의 HVAC 사업 핵심 전략은 '맞춤형 기술'에 있다. LG전자는 기존 5대 핵심 기술(콤프레서·열교환기·팬·모터·인버터)에 AI 제어기술과 액체냉각 기술을 더해 '6대 코어테크'로 확장했다. 단일 '히트' 제품 생산보다 고객 맞춤형 솔루션과 유지보수 패키지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구조다. LG전자의 경쟁력은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R&D부터 생산, 판매, 설치, 유지보수에 이르는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하드웨어 판매에서 벗어나 정기점검·예지보전 등 서비스가 결합된 '구독형 계약 모델'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약 10% 수준인 논 하드웨어(Non-HW) 매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GPU 생태계 진입 가능성도 거론됐다. LG전자는 글로벌 서버 및 반도체 제조사들과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공동 개발도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핵심 냉각 장비인 CDU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패키지 솔루션 전체로 수익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기술력 확보와 동시에 글로벌 진출도 가속화된다. 최근 인수한 노르웨이 온수기 전문기업 OSO는 유럽 프리미엄 시장 공략의 거점 역할을 한다. LG는 OSO를 통해 히트펌프 연동 솔루션을 유럽 ASHP(Air Source Heat Pump) 시장에 본격 투입하고, 기존 브랜드명을 유지하되 R&D는 LG와 통합해 기술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또한 인도 현지에 HVAC 연구개발센터를 신설해 현지 인력을 양성하고 글로벌 R&D 체계를 강화한다. 인도 기술자들이 한국 창원에서 연수를 받은 뒤 본국에서 개발에 참여하는 구조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국 HVAC의 빠른 성장세에 대한 위기의식도 언급됐다. 이 부사장은 "상반기에 중국을 두 차례 방문했는데, 하나의 협력업체가 전 제조사에 부품을 납품할 정도로 규모의 경제가 상상 이상이었다"며 "중국 기업은 원가는 줄이고, 품질과 기술은 상향 평준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센스, TCL 등 중국 가전 대기업들도 HVAC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는 점을 지목하며 "협력업체들과의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배정현 SAC사업부장(전무)도 "상업용 HVAC 시장에선 단순 제품이 아닌 설치·유지보수 등 생태계 전반이 중요한데, 중국 업체들은 이 부분이 약하다"며 "중국이 이를 갖추기 전까지 격차를 더 벌리는 전략으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 ES사업본부는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한다. LG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보다는 지역별 맞춤 전략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설계부터 설치, 유지보수까지 연결되는 구조가 LG전자의 HVAC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배 전무는 "AI 팩토리 시대에는 데이터센터가 석유화학 플랜트처럼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시티 등에서 촉발되는 데이터 수요 증가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