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젊은연극제 작품 우수상·연기상 수상작
7월 18일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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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은 고전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서 모티프를 가져온다. 다만 나이 든 동물들의 모험 대신,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인간들이 무대 위에 등장한다. 이들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로, '브레멘'이라는 이름의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간다. 작품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상처 입은 이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잊힌 목소리는 다시 들려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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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 허민영은 '브레멘'을 단순한 판타지 공간이 아닌, 기억의 언저리이자 사후 세계, 또는 상상의 피난처로 그려낸다. 연출의 말에 따르면 이 작품은 "완전히 부서진 존재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해답을 명확히 제시하기보다는, 질문과 함께 흔들리는 방식을 택한다. 인물들은 정제된 언어 대신 몸의 움직임으로 기억을 더듬고, 어긋난 리듬 속에서 삶을 다시 연습한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존재의 가장 밑바닥에서 피어나는 회복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대 또한 극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반영한다. 무대디자인을 맡은 권지우는 '죽음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천은 인물들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상징하며, 무대 양쪽에 쌓인 의자들은 이곳을 지나간 수많은 존재들의 흔적처럼 보인다. 이 무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과 애도의 장이자 극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음향과 조연출을 맡은 신하림은 인물들의 서사를 음악으로 확장한다. 맑은 피아노 선율과 친근한 멜로디가 인물들의 고단한 여정을 감싸고, 때로는 만화적 효과음을 활용해 상처를 유머로 이완시킨다. 날카로운 현실의 소음과 충돌하는 장면에서도 음악은 인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이끌어간다. 신하림은 "이 여정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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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와 영상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출신의 창작진과 배우들이 주축이 되어 제작됐다. 창작과 연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험정신이 결합된 무대로, 젊은 창작자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새로운 무대 언어가 주목된다. 작품이 응시하는 시선은 단지 연민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와 그 안에서 배제된 존재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될 수 있을까. 또는 완전히 부서진 목소리도 다시 들려질 수 있을까. 연극 '브레멘'은 이러한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대신 함께 노래하고, 함께 흔들리는 방식으로 그 물음에 다가서려 한다. 관객 각자에게도 자신 안의 잊힌 목소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