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가능성 중심 재설계 필요
“형식보다 실질 지원이 중요”
16일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실제 납부가 중단된 이들만 집계한 기준으로 약 343만명, 적용제외자까지 포함한 기준으로는 약 1001만명에 달한다. 기준에 따라 추정치가 약 3배까지 차이 나는 셈이다.
사각지대는 일반적으로 △납부예외자 △장기체납자 △제도상 적용제외자 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기준은 '현재 보험료 납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미 수급권을 확보한 이들까지도 포함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30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뒤 퇴직한 60세 은퇴자도 현재 납부 중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포함된다. 반면, 가입 기간이 짧아 연금 수급이 어려운 고위험 무연금자도 동일한 분류 아래 놓이게 된다. 이처럼 사각지대의 기준이 포괄적일 경우, 정책이 실제로 취약한 계층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각지대를 단순히 납부 여부로 정의할 경우, 정책 자원이 실제로 연금이 필요한 계층이 아닌 곳에 투입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금제도의 본래 목적이 노후소득 보장에 있는 만큼, 수급 가능성을 중심으로 사각지대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수급 가능성이 낮은 고위험군 가운데는 무소득·저소득 여성층이 다수를 차지하며, 이들의 평균 가입 기간은 10개월 미만이다. 반면, 일부 중장년 고소득층도 가입 이력이 부족해 '납부 여력은 있으나 연금을 받지 못하는 계층'으로 분류됐다.
아울러 현재 정부는 연금개혁을 통해 출산·군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 가입자 보험료 지원 등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에 대한 기준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A교수는 "사각지대를 단순한 숫자로만 해석하면, 정작 노후가 가장 위태로운 계층에게 정책의 손길이 닿지 못할 수 있다"며 "형식적인 통계 해소보다는 실질적인 연금 수급 가능성에 기반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과 행정 자원은 제한돼 있는 만큼, 누구에게 얼마나 집중할지를 정밀하게 가려내는 것이 연금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