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 남미 출신 이민자 최근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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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첨예한 이념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대선에 대비해 우파와 좌파 진영이 외국인 유권자의 선거 참여와 관련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는 외국인이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밀라 바예호 정부 대변인은 최근 외국인투표권에 대해 "임시거주 비자로 체류하던 외국인들이 칠레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투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제도를 가진 칠레는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해 사실상 외국인 투표권 제한 지지를 표명했다.
칠레는 5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 선거의 종류와 관계없이 투표권을 주고 있다. 국적은 물론이고 영주권 취득 여부조차 따지지도 않아 임시거주 비자로 칠레에서 5년을 거주한 외국인은 누구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외국인의 참정권을 인정하는 대다수 국가가 영주권 취득 후 일정 기간 이상 거주 등 조건을 명문화하고 지방선거에 한해 제한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것과 비교된다.
민주주의와 선거 제도를 지원하고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연구소(International IDEA)에 따르면 칠레와 유사하게 외국인투표권을 인정하는 국가는 에콰도르와 우루과이, 뉴질랜드, 말라위 등 세계에서 4개국뿐이다.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는 외국인의 참정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칠레가 외국인투표에 관대한 데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20세기 초 유럽에서 남미로 건너간 이주민들이 모국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을 기피해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칠레는 이들을 배려해 헌법 조문으로 외국인 투표권을 인정했다.
우르타도 대학교의 세바스티안 살라사르 법학과 교수는 "지구 환경이 많이 달라졌고 이민의 흐름에도 변화가 있었다"며 시대에 맞춰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칠레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160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9%에 달한다. 남미 국가 중 경제적으로 상황이 가장 안정적인 칠레에서는 최근 남미 출신 이민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외국인 약 78만6000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올해 대선에선 전체 유권자의 약 6%에 해당하는 외국인 약 100만명이 투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대유행 기간 칠레에 대거 정착한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들이 올해부터 참정권을 누릴 수 있다. 2022년 의무투표제를 부활시킨 칠레에서 선거 때 투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유권자는 범칙금 부과 등 불이익을 받는다.
현지 언론은 지난 3월 외국인 투표권을 제한하려다 실패한 정부가 외국인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범칙금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