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자기평가 구설수
많은 걸 시시한 텅 빈 한일전
|
이번 동아시안컵은 궁극적으로 내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젊은 국내파 선수들을 발굴하고 조직력을 가다듬으며 무더운 현지 날씨에 대비한 적응력을 키우는 측면이 컸다. 따라서 결과보다는 내용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일전 후 홍명보 감독이 "우리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을 감싼 부분은 다시금 축구팬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결과는 패배였고 내용에서도 딱히 한국의 우위를 찾기 힘든 경기였기 때문에 홍 감독의 자기 평가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역사상 첫 한일전 3연패의 결과를 받아든 뒤 선뜻 납득하기 힘든 변명으로 일관한 홍 감독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연 본선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일본에 앞선다던 한국 축구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다. 최근 10경기 맞대결로는 2승 3무 5패로 확실한 열세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더 욕할 마음도 남아있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대표팀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애정이 차갑게 식고 있다는 것은 관중 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동아시안컵이 역대급 무더위가 한반도를 덮친 시기에 치러졌다고는 하나 대회 흥행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한국과 중국전 관중은 4426명이었고 토요일 치른 홍콩전에는 5521명이 입장했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안은 일본전 역시 1만8418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매일 경기를 하는 프로야구의 올해 전반기 평균 관중이 1만7228명인 점을 감안할 때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한일전만큼은 달라야 했다. 손흥민이 없어도 한일전은 확실한 흥행카드다. 심지어 경기 당일 더위가 한풀 꺾여 축구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3만7000여명을 수용하는 용인미르스타디움의 절반 정도가 텅 빈 채 치러진 한일전 같지 않은 분위기의 한일전이었다. 이 같은 관중 동원은 한국 축구가 처한 현실의 심각성을 나타내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회 전체로 볼 때도 워낙 관중이 없어 이런 대회를 왜 하냐는 비판들이 나왔다.
문제는 내년 월드컵이다. 지금 상태로는 흥행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 홍 감독의 지도력과 마인드는 한일전 패배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파들이 합류한다고 해도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 더 큰 걱정은 국민들의 떠난 마음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여러 반응들을 보면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결국 지난 몇 년간 국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고도 바뀌지 않는 대한축구협회 문제 아니겠나"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