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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 총리 공휴일 축소안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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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7. 17. 14:37

재정 건전성 회복 위해 공휴일 가운데 이틀 폐지 방안 추진
"더 일하면서도 임금은 그대로고, 쉴 권리까지 빼앗기는 셈"
FRANCE-POLITICS-GOVERNMENT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AFP 연합뉴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발표한 공휴일 축소안에 대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 시간) "바이루 총리가 국가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공휴일 가운데 이틀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는 위험한 승부수"라며 "과거 비슷한 시도를 했던 총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고 보도했다.

재정 절약론자로 잘 알려진 바이루 총리는 정치적 생존을 걸고 2026년까지 총 438억 유로(약 70조 8400억 원) 규모의 긴축 예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날 이 계획의 일환으로 공휴일 축소안을 전격 발표했다.

그는 "국가 전체가 더 많이 일해야 한다. 더 많은 생산과 연중 경제활동 활성화를 통해 프랑스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그래서 두 개의 공휴일을 없앨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조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3년, 약 1만5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염 이후 장피에르 라파랭 당시 총리는 오순절 월요일 공휴일을 폐지하고, 이를 '연대의 날'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조치는 2005년 시행되자마자 혼란을 불러왔다. 어떤 직장은 문을 닫았고, 다른 곳은 정상 운영됐다. 누군가는 임금을 받았고, 누군가는 받지 못했다. 곧이어 파업과 시위가 이어졌고, 당시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사설에서 "사회적·정치적 혼란"이라고 평했다.

결국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헌법이 부결된 다음 날, 라파랭은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이미 여덟 차례나 불신임 시도를 버텨낸 바이루 총리는 오는 가을 예산안 심의가 본격화되면 다시 한번 정치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현재 그의 거취는 프랑스 최대 의석을 보유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선택에 달려 있다. RN이 좌파 세력과 손잡으면 바이루를 실각시킬 수 있다.

마린 르펜 RN 대표는 "바이루 총리가 이 계획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불신임안에 찬성할 것"이라며 좌파 정당 대표들 역시 퇴진에 힘을 보탤 뜻을 내비쳤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의 장다니엘 레비에 따르면 긴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공휴일 축소에 반대했다.

레비는 "2003년엔 극심한 폭염 직후여서 '연대의 날'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계기가 없다"며 "이번 조치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중 처벌'로 비친다. 더 일하면서도 임금은 그대로고, 쉴 권리까지 빼앗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르펜의 후계자로 주목받는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공휴일 폐지안에 대해 "우리의 역사와 뿌리, 그리고 노동자 프랑스를 겨냥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경제학자 샤를 위플로는 르몽드 기고문을 통해 "바이루 총리의 예산안은 용기 있고 전체적으로 잘 구성돼 있다"며 "공휴일 두 날을 없앨 경우 최대 40억 유로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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