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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태초의 인류가 첫 도구인 뼈다귀를 손에 쥔 후 미지의 영역인 우주까지 도달한 장면으로 막을 연다. 하늘 속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전환되는 순간 사이에는 몇 백만 년 동안 인류가 거쳐온 무수한 도전과 시행착오가 담겨 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도 여기는 상식과 과학기술 역시 과거에는 적잖은 난관을 마주했을 터이다.
향후 국력의 가늠자가 될 우주정책의 고도화를 위해 지난해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 역시 시행착오를 한창 마주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우주청의 소재인 경남 사천의 입지를 흔드는 행보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발의된 '우주 기본법안'에서는 우주청 산하에 재단법인 우주개발총괄기구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해당 기관의 구체적 소재지를 적지 않아 사천이 아닌, 다른 지역에 설치될 여지를 만든 것이다.
핵심사업에 대한 내부의 혼선 또한 지적받고 있다. 당초 ㎏당 1000달러 이하로 설정된 우주 저궤도 수송비용의 목표치는 1년 새 2500달러 이하로 재조정됐고, 차세대발사체의 재사용 발사체 전환은 특정평가가 불발되며 반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되는 기획재정부 적정성 재검토를 거치게 됐다.
이제 막 설립 1주년을 지나쳐온 우주청은 소재지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한편, 주력사업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주청이 우리 정부 수립 이후 첫 출범한 우주정책 전문조직인데다, 연구현장 인력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등 특수성을 고려하면 지금 겪고 있는 시행착오는 필연인 셈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는 입지 흔들기를 비롯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발을 내딛었던 1969년보다 한해 빠른 1968년 개봉했다. 세계를 두 진영으로 나누고 있던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이 미개척의 영토, 우주를 향한 무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던 시기다. 갈등의 시기 동안 미국은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주정책 전반의 역량을 다져나갔고, 지금까지 우주강국의 위상을 지켜나가고 있다.
갈등은 발전을 위해 넘어서야 하는 벽이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야 하고, 지적 역시 합리성에 기반해야 한다.
우주청을 향한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100년 뒤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우주정책의 선봉에 서 있는 만큼, 지금의 우주청에 필요한 것은 흔들기가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