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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조용한 지분 매입 경쟁…‘숙부vs조카’ 녹십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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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5. 07. 21. 18:18

허일섭 회장 12.07%·허은철 대표 2.63%
당초 조카들에 경영권 승계 관측됐지만
허 회장 두 아들, 해외사업 등 경영수업
父지분 증여 받으면 그룹 지배력도 강화
경영권 분쟁 없는 '사촌 체제' 구축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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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그룹 내 '조용한 지분 매입 경쟁'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핵심 축은 '숙부-조카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허일섭 GC녹십자홀딩스 회장과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다. 두 수장 모두 지난 4월쯤 그룹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이들의 지분 매입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허일섭 회장의 연임'과 '장남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전무(CFO)의 승진'이 맞물린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고 허영섭 녹십자 창업자의 아들인 허은철 GC녹십자 사장과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사장 형제가 3세 경영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허일섭 회장의 아들인 허진성 전무·허진훈 팀장 형제가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며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어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의 지분 향방이다. 허 회장이 녹십자홀딩스 지분 12%를 아들인 허진성 전무·허진훈 팀장 형제에게 증여한다면, 조카인 허은철·허용준 대표 형제보다 지배력이 커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녹십자그룹의 '숙부·조카 경영'이 '사촌 경영'으로 분쟁없는 경영 승계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과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는 지난 4월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매입했다. 허일섭 회장은 4월 15일부터 24일까지 일곱차례에 걸쳐 총 4만주(약 5억원 규모)를 매입, 지분율 12.07%까지 늘리며 녹십자홀딩스 최대주주 자리를 굳혔다. 허은철 대표는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여덟차례 걸쳐 2만3107주(약 2억9000만원 규모)를 사들였다. 지난해 초 2.58%였던 허 대표의 지분율은 2.63%로 늘어났다. 녹십자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와 공익재단→녹십자홀딩스→녹십자'로 이어진다. 녹십자홀딩스가 지배구조 핵심인 셈이다.

녹십자그룹은 숙부 허일섭 회장과 창업자 허영섭 창업주의 차남 허은철 대표가 주도해 '숙부·조카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허일섭 회장이 허은철·허용준 대표 형제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사촌인 허진성·허진훈 형제가 그룹 내 경영 요직에 앉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허진성 전무는 그동안 녹십자 핵심 사업인 북미 시장 진출에 적극 개입해왔는데, 지난해 말 녹십자홀딩스 전무(CFO)로 승진까지 했다. 허진훈 녹십자 팀장도 그룹 핵심 수익원인 알리글로 해외 사업을 주도하며 경영 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 여기에 70대인 허일섭 회장도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허진성 전무·허진훈 팀장 형제가 경영권 승계가 가능한 나이가 될 때까지 그룹 경영권을 쥐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관건은 허일섭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지분을 아들들에게 물려줄지 여부다. 허진성 전무·허진훈 팀장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각각 0.76%, 0.71% 보유하고 있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부친인 허일섭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촌 형인 허은철·허용준 대표 형제보다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사촌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 허은철·허용준 대표 형제와 허진성 전무·허진훈 팀장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추후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업계에서는 녹십자 3대 공익 재단(목암생명과학연구소·미래나눔재단·목암과학장학재단)이 경영권 분쟁 방패막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대 재단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총 15.2%에 달한다.

현재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대표는 허일섭 회장이지만 허은철 사장이 이사로 들어가 있으며, 미래나눔재단은 허용준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목암과학장학재단의 대표이사는 허은철 사장으로, 재단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중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경영승계에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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