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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여름철 주말마다 사내 수영장을 임직원은 물론, 이들의 가족에게까지 개방한다고 합니다. 복지라고 하면 대개 직원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 회사는 아예 가족까지 조직의 울타리 안으로 들이고 있었습니다.
이 수영장은 1994년 복지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4개 레인 규모로 본사 지하에 완공된 시설입니다. 여름방학 시즌(7~8월) 주말과 공휴일엔 임직원 가족에게도 개방됩니다. 이곳에선 수질 관리와 안전요원 배치는 물론, 전문 수영 강사의 강습·샤워실·헬스장·구내식당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용료는 몇천 원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무료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진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2016년에 문을 연 경기도 여주의 전용 가족 캠핑장입니다. 천연잔디가 깔린 자연 속에서 가족들이 함께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인데요. 전액 무료로 운영되며, 사내 예약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 있는 복지 시설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KCC는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자녀 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며 직원들의 실질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데요. 가족을 조직의 일원으로 존중한다는 회사의 철학이 복지 제도를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복지의 힘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가족이 회사를 믿고 직원이 조직을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나를 '일하는 사람'으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까지 품는다는 느낌은 조직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자연스럽게 키워줍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CC의 평균 근속연수는 14.38년으로, 동종 업계와 비교해서도 장기근속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회사로 꼽힙니다. 근속연수가 높은 데에는 임직원 가족까지 존중받는 문화가 한몫했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오래 일해서가 아니라 오래 일하고 싶은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삶의 만족도는 낮은 편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뒤처지고 '일은 많은데 행복하지 않다'는 인식이 만연합니다. 게다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섰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조차 느슨해진 시대입니다. 회사에서조차 단절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지금, 조직이 '함께'라는 의미를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복지를 넘어선 의미가 있겠죠.
물론 단순히 여가를 지원하는 데 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까지 챙긴다는 그 태도 하나만으로도 조직 생활은 훨씬 더 따뜻하고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정몽진 KCC 회장이 노리는 '진짜 복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