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장관·에너지 장관 등 고위급 회담
여한구 통상 본부장과 동시출격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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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미국 출국 현장엔 자뭇 비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한미 관세협상을 위해 워싱턴 D.C.로 향하기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과 모레 양일간 집중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제시한 관세 유예시한을 9일 앞둔 만큼, 향후 이틀의 협상은 최종 합의점 도출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부터 오는 25일(현지)까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및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주요 인사를 면담할 예정이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가 주요 쟁점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선 자동차 부문에서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세율을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일본 자동차에 부과된 관세는 우리나라와 같은 25%였지만, 미일 협상에서 추가 관세를 12.5%로 줄이고 기본 세율인 2.5%와 합쳐 총 15%로 조정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 모든 자동차에 15% 관세가 적용될지 혹은 쿼터제로 일부만 적용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한 성과를 얻어내는 게 가장 좋다"면서 "일본차는 한국차의 직접적인 경쟁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해 5500억 달러의 투자와 농업시장 개방 등 많은 것을 내어줘야 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특별히 유리한 '조선 산업'을 적극적으로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미일 협상이 우리 협상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미국 방문 일정이 겹치는 여한구 산업통상교섭본부장과의 '따로 또 같이'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날 여한구 본부장은 한미 협상을 위해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다. 여 본부장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미국 측과 '2+2 통상협의'를 할 예정이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다.
여 본부장이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앞선 방미에서 일정이 겹친 위성락 국가안보실 실장과 양측 상황을 공유하며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정에서도 산업부 수장인 김 장관과 소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은 전방위로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미국 정부 당국자도 만나고 이해 관계자들도 만나서 우리가 설득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여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