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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좌관 갑질 등 각종 논란 끝에 23일 자진 사퇴했다. 강 후보자는 지난 2000년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인사 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첫 현역의원으로 기록됐다. 그의 사퇴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구축해 유사한 인사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강 후보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그동안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 올린다"며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잘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함께 비를 맞아주었던 사랑하는 우리 민주당에게도 제가 큰 부담을 지어드렸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진심 한 켠 내어 응원해 주시고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 마음, 귀하게 간직하겠다"며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강 후보자의 전격 사퇴에는 일부 여당 지도부까지 부정적 기류로 돌아선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명철회 결정을 내린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달리 강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현역 국회의원인 강 후보자의 향후 정치 여정을 배려한 조치로 보여진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가 사퇴 전 이 대통령에게 의사를 전해왔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여가부 장관 후보자 조속히 찾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 사퇴가 대통령실 지시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당과 사전 협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새 정부 장관 임명을 아직 마치지 못했고,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 중대한 국정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인사 논란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더 길어졌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상당부분 훼손됐을 수도 있었다.
이번 인사 파문이 남긴 교훈은 적지 않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초반 데칼코마니처럼 겪은 것들이기도 하다. 대통령 주위에 쓴소리를 할 줄 아는 참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 대통령이 귀를 열어둬야 한다는 것 등이다. 국민의힘은 "인사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검증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송언석 원내대표)고 했다. 이번 사태가 대통령실의 인사시스템이 좀 더 투명해지고 이 대통령이 민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