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진흥기금 통한 주택 공급, 구체적 청사진 빨리 내놔야
중앙정부와의 관계, 비판 넘어 대안 제시해야 가치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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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지금까지가 '파종'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수확'의 시간이어야 한다. 전 세계 대학생이 살기 좋은 도시 1위, 창업하기 좋은 도시 및 삶의 질 평가 순위 상승 등도 의미가 크다. 기후동행카드 같은 정책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성과들이 아직 '부분적'이라는 점이다.
남은 1년, 승부처는 '주택'이다. 오 시장이 가장 공을 들인 주택 분야야말로 성패가 될 분수령이다. 22만 호 공급 파이프라인 복원은 상당한 성과이며, 이 기세로 최근 발표한 2조원 규모 주택진흥기금 마련을 통한 연 2500가구 공급은 의미 있는 목표다. 주택진흥기금 정책구상은 이달 초 해외출장지였던 오스트리아 빈의 소셜믹스 공공주택 현장을 둘러본 후 얻은 영감이다. 자가소유 48%, 사회주택 24%, 민간임대 19%의 빈은 소득 상위 80%까지 입주 자격을 줘 중산층도 사는 임대주택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다르다. 여전히 집을 '투자'로 인식하는 문화가 팽배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실제 집'이며, '질 좋은' 공공주택이다. 오 시장 역시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빈과 같은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기·초저리 융자로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유연한 소셜믹스를 구상하고 있지만, 우리 현실에 착근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또한 오 시장이 이재명 정부의 민생소비쿠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통화량 증가가 집값 상승을 부른다"는 분석은 경제학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 보다 디딤돌소득이나 서울런, 기후동행카드 같은 성공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전국 확산을 유도하는 편이 시민들에게 더 큰 정책 효능감을 줄 수 있다.
오 시장의 민선8기 진짜 검증은 이제부터다. 3연임 도전에 대해 "시민 평가"를 내세우면서도 "일할수록 욕심이 난다"고 한 발언에서 오 시장의 더 큰 성취를 향한 의지가 엿보인다. 최근 세계적 화제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대해 "10년 전 CNN 일기예보에 서울을 넣기 위해 로비했던 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운 작품"이라고 오 시장이 소감을 밝힌 것처럼, 서울의 세계적 위상은 이미 확고해졌다. 남은 1년은 오세훈의 진정한 역량을 보여줄 '골든타임'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완성은 연속성 속에서만 가능하다. 강력한 의지만큼 더 큰 책임감과 더 강한 추진력으로 세계적 도시 서울의 '삶의 질 르네상스'를 구호가 아닌 '현실'로 완성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