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25)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 | 0 |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지난 23일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현대차·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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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바람을 맞으시는 거에요. 이런 시설을 8시간 대여를 하는데 보통 4000만~5000만원 하거든요. 1시간에 500만원 정도 되는 바람입니다."
지난 23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의 핵심 연구개발(R&D) 센터인 남양기술연구소 미디어 랩투어에 참여해 공력시험동에서 전기차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풍동 실험을 체험해봤다. 시속 60㎞의 바람을 직접 맞아보니 공력 시험용 자동차가 꽤 세찬 바람을 가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전동화 모델은 물론 모빌리티 활용 가능성을 대폭 확대한 PBV(목적기반모빌리티)까지, 글로벌 전동화 시장 확장을 주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전동화 경쟁력의 중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거점인 남양기술연구소가 있다. 1996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을 비롯해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차량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승용차부터 상용차까지 전 차종을 개발하는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의 공력 성능을 연구하는 시설 내부에선 '아이오닉6'를 기반으로 만든 콘셉트카에 대한 풍동 실험이 한창이었다. 바닥에 고정된 차체 주변으로 여러 갈래로 나뉜 흰색 연기가 빠르게 흘렀다. 공력 기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함께 연동해 작동하는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와 액티브 리어 디퓨져였다. 에어로 챌린지 카 후면에 숨겨져 있던 블레이드와 디퓨져가 뒤쪽으로 나오면서 리어오버행 길이가 40cm 연장되는 장치다. 차량 측면 및 바닥 길이가 확장되는 효과를 통해 측면 와류와 후류를 억제하거나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이어 연구 목적으로만 쓰이는 '에어로 챌린지 카'에 연기를 분사해 차량 주변의 공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유동 가시화 시험'도 진행됐다. 각각의 기술이 작동될 때마다 공기 흐름 변화와 공력성능 개선 효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에어로 챌린지 카는 세계 최저 공기 저항 계수 0.144를 달성했다. 현대차·기아 공력개발팀이 다양한 공력 성능 개선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콘셉트카로, 지금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초저항력 콘셉트카의 Cd값이 0.19에서 0.17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다.
박상현 공력개발팀 팀장은 "전기차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히는 AER(1회 충전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외관 디자인부터 차량 하부 설계, 공력 신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4) 환경시험동 저온챔버에서 PV5의 난방 성능을 평가하는 모습 | 0 | 환경시험동 저온챔버에서 지난 23일 PV5의 냉방성능을 평가하고 있다./현대차·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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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시험동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차량의 성능을 검증하는 출발점이다. 이곳은 차량의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시스템의 성능 개발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엔진과 변속기의 냉각 성능, 냉난방 공조 성능, 실내 쾌적성까지 차량 내 주요 열 관련 시스템의 모든 성능을 연구한다. 특히 전동화 차량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수소전기차의 스택, 전장 부품, 자율주행제어기 등 열에 민감한 전기·전자 부품의 회로 설계와 성능 검증, 공조 전비 개선까지 담당 범위를 넓히며 역할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 (사진17) R&H성능개발동 승차감주행시험기에서 후륜 차축 모듈을 이용해 차량 반응을 평가하는 모습 | 0 | R&H성능개발동 승차감주행시험기에서 지난 23일 후륜 차축 모듈을 이용해 차량 반응을 평가하고 있다./현대차·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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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성능개발동은 차량의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개발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시험 시설로 구성돼 있다. 지면에 닿는 타이어부터 서스펜션 모듈과 실차 평가에 이르기까지 연구개발 과정을 살펴봤다. 시험실 안에서는 커다란 드럼 위에 고정된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해당 시험기는 최대 시속 320km까지 회전하는 드럼 위에서 타이어를 굴려 진동 발생 여부를 측정한다. 최고봉 주행성능기술팀 책임연구원은 "타이어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미세한 불균형으로 진동이 발생한다. 해당 시험기는 타이어 진동 유발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19) NVH동 로드노이즈시험실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는 모습 | 0 | NVH동 로드노이즈시험실에서 지난 23일 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 유입 노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현대차·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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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기술연구소의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차량이 주행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곳이다. 벽면은 두꺼운 흡음재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면가진(주행 중인 자동차가 노면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받는 진동)을 구현해 차량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을 평가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723만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에는 전용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가 누적 100만대를 돌파하며 전동화 전환의 상징적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의 확산과 함께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신생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과 기술 면에서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대차·기아는 품질과 성능, 사용자 경험 등 제품 전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실증 기반의 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다. 각종 주행 환경과 주행 조건을 모사한 시험을 통해 차량의 신뢰성과 감성 품질까지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