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보호’ 외치지만…정책 효과는 의문
월세 전환 가속…주거 양극화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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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토교통부와 HUG에 따르면, HUG는 지난 21일부터 수도권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기존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19일 100%에서 90%로 낮춘 데 이어 불과 한 달 만의 추가 조치다. 정부는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세대출이 갭투자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출 총량을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실수요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보증 비율 축소로 인해 대출로 보증금 대부분을 충당해왔던 무주택 세입자나 신용도가 낮은 청년층은 전세 계약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보증 승인 자체가 거절되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전세 대신 반전세·월세로 밀려나는 구조적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정부가 일관되게 강조해온 '실수요자 중심 부동산 정책' 기조와도 충돌하는 대목이다. 실거주 보호를 핵심으로 내세운 정책 방향과 달리, 실제 조치들은 실수요자의 주거 선택권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생애 최초 주택 마련의 기반이 되는 전세 접근성이 흔들릴 경우, 자산 형성 기회의 불균형도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증제도의 본래 취지와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잇따른 축소로 보호 장치로서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증제도를 '시장 안정 수단'이 아닌 '공공안전망'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세에서 월세로의 구조 전환이 불가피해지는 흐름 속에서, 세입자에 대한 별도 보호장치나 월세부담 경감책이 병행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월세화가 진행되면 곧바로 주거비 부담이 상승하는데, 현재의 정책 틀 안에선 이를 상쇄할 만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의 월세화는 단순한 거래 구조 변화가 아니라, 자산 형성의 시작점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청년·무주택 세대에게 전세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최소한의 계층 사다리였는데, 이 구조가 무너질 경우 주거 불평등은 더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증 축소와 대출 규제만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공공임대 확대나 월세 세액공제 등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