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관습에 분노하며 개선 애썼던 오래전 초심 찾아야
자본주의 '괴물'로 변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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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방 의장이 최근 '사기적 부정 거래'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이어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고, 앞서 금융 당국으로부터 방 의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 배당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 전인 2019년 기업 공개가 늦어질 것처럼 기존 투자자들을 속여 이들이 주식을 팔게 한 뒤, 2000억원에 가까운 상장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혐의가 사실이라면 현행 자본시장법을 어긴 것으로,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 등 주식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약속한 이재명 정부 하에서 대단히 무거운 수준의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체적인 수사 결과와 사법부의 정확한 판단이 나와봐야 알겠으나, 지금으로 봐서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위법 행위가 짐작되는 정황도 그렇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큰 불안 요소이자 평소 방의장이 그토록 경계해 마지않던 '인적 리스크'를 본인 스스로 몰고 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여러 제작자들과 아티스트들의 건전한 경쟁이 가능한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고 잡음이 일어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결별한 밑바탕에는 특정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에만 의존할 때 발생하기 쉬운 '인적 리스크'를 예방하려 했던 의도가 깔려 있었을텐데, 아이러니하게도 방 의장 자신이 '인적 리스크'가 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오늘날의 하이브를 있게 한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복귀 예고와 블랙핑크의 월드 투어 시작 그리고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대히트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K-팝 열기가 다시 후끈 달아오른 상황에서, K팝의 실력자이자 새로운 대부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보태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다.
방 의장은 6년전 모교 연단에 섰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한국 음악 산업의 오랜 악습에 불만과 분노를 품고 저항하며 개선에 나섰던 초심을 되찾는 동시에,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의 '괴물'로 이미 변했거나 변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하고 반성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