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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디폴트옵션 아시나요?”···시행 2년째 실효성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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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7. 27. 18:17

증명사진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목적으로 시행됐던 디폴트옵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2년이 지나도록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당초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예금 수준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어서인데요. 디폴트옵션 적립액이 원리금보장형에만 집중된 영향입니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상품을 직접 선택하지 않을 경우, 미리 정해둔 상품에 자동 운용되도록 한 제도입니다. 즉 상품이 만기됐음에도, 별다른 운용 지시가 없어 방치돼 왔던 현금성 자산들을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자동 전환되도록 한 것인데요. 이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취지입니다.

다만 올해 1분기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액 규모를 보면, 전체 44조8000억원 중 원리금보장형만 39조원에 달했습니다. 전체의 87% 수준인데요. 적립액 1년 수익률도 3.1%에 그쳤습니다. 예금·보험 등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하는 원리금보장형에 적립액 비중이 쏠려있기 때문이죠.

업계에선 디폴트옵션에 제도적으로 원리금보장형이 선택지로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에서도 원리금보장형을 허용한 곳은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원리금보장형을 선택지 자체에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입니다.

이 같은 사태가 지속되자, 정부에서는 '퇴직연금 기금화'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연 8% 수익률을 내고 있는 국민연금에 퇴직연금 운용을 맡기겠다는 건데요.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에 대한 원인을 민간 사업자인 금융투자업자들로부터 찾은 셈입니다. 이에 금융투자업자들은 퇴직연금 일임이 막혀있는 구조로 인한 결과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즉 금융투자업자들이 적극 운용하는 상품(원리금비보장형)으로 퇴직연금 적립액이 유입되지 않는 상태에 놓여있다는 얘기죠.

제도적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객들이 디폴트옵션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디폴트옵션에 대한 고객들의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원리금보장형으로 적립액이 모인다는 것입니다. 디폴트옵션은 '선택 운용' 방식으로 결국 가입자가 직접 사전에 옵션을 설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투자성향에 따라 미리 정해둔 포트폴리오대로 자동 투자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금융투자업자들로부터 디폴트옵션을 설정하라는 알림이 왔을 때, 디폴트옵션을 잘 모르는 고객들 대부분은 '저위험군'으로 표기된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죠. 같은 이유로 설정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렇게 되면, 현금성 자금이 계좌에 그대로 머물러 있게 되면서 일반 예금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됩니다. 디폴트옵션 상품들 중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개수가 현저히 많음에도 원리금보장형의 적립액 규모가 압도적인 주된 이유입니다.

제도 개선 이전에 금융투자업자들이 디폴트옵션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고객들이 디폴트옵션을 제대로 아는 것만으로도 원리금비보장형으로 자금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정부 역시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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