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다양한 소품 사용 상대 의표 찌르기 명인 트럼프와 회담 때 ‘서프라이즈’ 주의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27010015320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7. 27. 08:47

WSJ "트럼프, 상대 당혹케 만드는 기술 완성"
젤렌스키와 설전,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 영상 상영
파월 연준 의장에 공사 비용 초과 견적서 제시
"타고난 감각 트럼프, 비공개 외교·협상을 리얼리티 쇼로"
USA-TRUMP/FE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증개축 현장을 방문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공사 비용이 초과됐다는 견적서를 보여주고 있다./로이터·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영상을 상영하고, 격론한 논쟁을 벌이는 등 국내·외 지도자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기술을 완성해 의표를 찌르는 명인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평가했다.

2월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설전, 5월 21일 백악관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 보여준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 제기 동영상 상영, 그리고 지난 24일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증개축 현장 시찰 때 제롬 파월 의장에게 공사 비용 초과 지적 견적서 제시 등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표적이 당혹하거나 자신과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도 카메라가 포착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미 우크라 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빠르게 생각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상대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압박해 궁지에 몰아넣는 능력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법을 자주 사용해 공개 자리에서 정중하다가 비공개 자리에서 '격렬하게 대립하는 데(knife-fighting)' 익숙한 상대와의 외교와 협상을 자신에게 익숙한 리얼리티 TV 쇼에 가깝게 만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 브리핑을 받고 만나는 외국 정상들을 압박하고, 약점을 찾아내며 의표를 찌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타고난 회담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한 전직 관리가 평가한다고 이 신문은 알렸다.

USA-SAFRICA/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5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로이터·연합
실제 젤렌스키 대통령이 J.D.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참지 못하고 발끈한 후 자신과도 언쟁을 벌인 끝에 쫓겨나듯이 떠나자, 기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냐? 이건 정말 대단한 TV 영상이 될 것"이라고 했고, 그는 자주 '단순히 일반인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상황을 볼 수 있기를 원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이는 '투명성'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고 한 백악관 관리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방문한 것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공개적으로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그를 약화시키려는 두가지 목적을 가진 것이었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실제 증·개축 비용이 과다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을 받은 파월 의장이 당황한 모습으로 안경을 쓴 채 견적서를 살펴보는 모습이 담긴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은 온라인으로 퍼져나갔다.

USA-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4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민주당 소속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에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왼쪽부터)·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겸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장 등이 환하게 웃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 민주당의 스타 정치인인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지사도 4월 9일 백악관을 방문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을 대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던 집무실(오벌 오피스)로 갑자기 안내됐고, 자기도 모르게 들러리를 서게 된 것을 깨닫자, 휘트머 주지사는 서류로 얼굴을 가리고 자리를 벗어났지만, 그러한 모습을 백악관 풀기자단 영상과 사진에 담긴 후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전략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보여준 영상과 기사 자료가 조작 시비에 휘말려 백악관의 위신이 손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세계 지도자들은 사전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공개 오찬에 언론이 초대되는 일을 겪고 난 후 유럽의 지도자들에게 '예상 밖 일들(surprises)'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고 WSJ은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아투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