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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를 통해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총리 대행과 훈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양측은 즉시 만나 휴전, 그리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신속히 가능하게 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쟁이 계속될 경우 상호 관세 협상에서 양국 모두와 무역 협정을 맺지 않을 것이라 압박하며 이번 합의를 이끌어냈다.
훈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27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 제안에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태국 외교부는 원칙적으로 휴전에 동의하지만 "캄보디아 측의 진정성 있는 의사를 기대한다"는 차분한 성명을 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00여 년 전 프랑스가 국경을 긋고 식민 지배를 시작한 이후 영토 분쟁을 벌여왔다. 지난 24일 양국 접경지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로 현재까지 최소 33명이 사망하고 16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번 충돌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태국과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캄보디아 군대의 대결이었다. 군사력 측면에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가깝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 로위 연구소 등의 분석에 따르면 태국의 군사력은 캄보디아를 압도한다. 태국의 현역 군인은 약 36만 명으로 캄보디아의 3배에 달하고,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와 미국산 F-16 전투기를 보유하는 등 동남아 최고 수준의 공군력을 자랑한다. 이렇다 할 전투기조차 없는 캄보디아는 지상군 장비에서도 수백 대의 전차와 600문 이상의 야포를 보유한 태국과 달리 구소련과 중국제 구형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태국은 1954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조약 동맹국이자 '주요 비(非)나토 동맹국'으로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연합 군사훈련인 '코브라 골드'를 미국과 공동 주최한다. 반면 캄보디아의 가장 중요한 국방 파트너는 중국과 베트남이다. 특히 중국은 캄보디아의 핵심 무기 공급국으로 부상했고, 자국 항공모함이 기항할 수 있는 림 해군기지를 개발하는 등 양국의 군사 관계는 '철통같은 우정'으로 묘사된다.
군사전문가인 칼 슈스터 전 미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국장은 "태국이 군사력의 양적·질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분쟁 지역의 지형은 캄보디아에 더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앞으로의 분쟁에선 태국이 우월한 공군력과 장거리 화력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100년 넘게 이어진 양국의 뿌리 깊은 불신과 더욱 커진 민족적 반감으로 항구적인 평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이번 양국 군의 교전 과정에서 라오스 영토에 포탄 여러 발이 떨어져 가옥과 재산에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라오스군과 캄보디아군이 교전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와 라오스군이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을 내기도 했다. 양국의 갈등과 교전이 확산할 경우 자칫 라오스·베트남 등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근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역시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