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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2+2 통상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을 취소하고 공항을 나서고 있다. /송의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6일 "8월 1일에는 거의 모든 거래(협상)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는 "서한이 바로 거래다"라고 밝혔다. 기간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상호관세율을 정해 통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영국이 10%, 일본 15%,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가 19~20%로 협상을 끝냈다. 일본이 관세율을 15%로 낮춰 우리도 이 정도 선에서 타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우리는 어떻게든 관세율 25%를 일본 수준인 15% 선에서 타결 짓는 게 현재로서는 바람직해 보인다. 만에 하나 협상에 실패해 일본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율이 적용된다면 한국 경제는 큰 치명상을 입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우리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0.4%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GDP 최대 0.4% 감소는 회복 불가능한 구조적 손실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관세율 15%를 고려하면 우리의 GDP 손실은 더 커진다는 게 KIEP의 예측이다.
미 측은 자국 무역적자 축소, 농산물과 축산물, 자동차와 에너지 수출 확대, 외국 기업의 자국 내 투자 확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우리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66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려 흑자 폭을 줄이는 안을 제시하는 게 협상 카드가 될 수 있겠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나 쌀 수입은 무조건 금지만 고집할 수 없는 형편이다. 쌀 수입도 농민 반발이 거셀 것이다. 이런 대내외 상황에도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게 우리 경제에는 더 이득이 될 전망이다.
미국 내 투자도 큰 부담이다. 트럼프는 일본이 5500억 달러(760조원) 투자를 약속하자 우리에게도 대대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1000억 달러+α를 카드로 생각한다고 한다. 일본과 비교할 때 이런 수준은 미국의 눈에 차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1대1로 만나 대미 투자 의향을 챙기고 있을 정도로 사정이 급박하다. 미국의 요구도 받아들이되 우리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는 외교력과 협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