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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무다 이사장 주석스님 “시대적 언어로 엘리트 계층에 전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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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7. 29. 11:14

[인터뷰] (재)명경문화재단·문화예술법인 쿠무다 이사장
"쿠무다는 복합 문화공간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세상 속 모두가 수행자"...육바라밀·팔정도 추천
주석스님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변이 보이는 쿠무다 명상문화센터 옥상 하늘법당에서 합장하는 주석스님. (재)명경문화재단·쿠무다 이사장 주석스님은 문화포교를 위해 이곳에 복합명상문화센터를 준공해서 2021년 12월 개원했다./사진=황의중 기자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변은 인근 해운대해변보다 덜 알려졌지만 탁트인 해변과 고즈넉함을 자랑하는 피서지다.

송정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 쿠무다 명상문화센터(이하 쿠무다)는 입지 조건을 최대한 활용한 '법당' 겸 복합 문화시설이다.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2970㎡ (898,4평) 규모로 공연장, 카폐, 음식점, 숙박시설,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하늘법당' 등으로 구성됐다. 모든 층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2019년 6월 착공식과 2020년 5월 상량식을 거쳐 2021년 12월 개원했다.

쿠무다 불사(佛事·법당 등을 조성하는 일)의 시작은 문화포교에 대한 한 스님의 원력에서 시작됐다. (재)명경문화재단·쿠무다 이사장 주석스님이 주인공이다. 주석스님은 혜욱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88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수지, 1996년 일타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동학사 승가대학를 나와 현재 조계종 미래본부 글로벌문화추진단장과 부산 대운사 주지, 문화예술법인 쿠무다(KUMUDA·산스크리트어로 '하얀연꽃')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석스님은 쿠무다는 불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수행자'라며 삶 속에서 '육바라밀'과 '팔정도'를 행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주석스님과 나눈 대화이다.

-쿠무다는 어떤 곳인가.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가장 부족한 것이 문화시설이다. 쿠무다는 그 부족한 문화부분을 지역 사회에 전함으로써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복합 명상문화 공간이다.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문화공간으로 찾든, 종교로 접근해서 신행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전적으로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코로나19 시기와 겹치면서 쿠무다 센터 불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누군가는 해내기 마련이다. 코로나 때가 힘들었다고 하지만 자재비는 오히려 지금 더 올랐다. 시기를 보고 미루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따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는 '난행능행존중여불(難行能行尊重如佛)', 즉 '행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실천하면 부처님과 같이 존중받는다'는 구절이 있다. 남이 못하는 일을 해야 리더가 된다. 삶에는 늘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공의(公義)를 가졌는가가 중요하다. 공의가 없으면 시샘이나 세파를 견딜 수 없다. 쓰든 달든 다 삼켜야 한다. 저는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조부모의 영향을 받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인간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부처가 되는 것이다. 그것을 하고자 하는 게 스님이고 불자들이다. 세상일에 쏟는 노력은 그보다 쉬운 일이다."

-문화포교의 원력을 세운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불교야말로 인문학의 최고봉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언어와 문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이 아까운 가르침을 남에게 전달할 수 없다. 승가도 전통적인 교육에만 머무르지 말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 키워드를 공부해야 한다. 제가 본 키워드는 '문화'였다. 제 속가 선친께서는 막걸리 마시는 곳이든 양주를 마시는 자리든 어울릴 수 있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신라·고려시대 때처럼 오늘날 스님들도 종교적 지혜와 세속적인 교양, 둘 다를 갖춰야 한다. 사회 엘리트 계층에 전법할 수 있어야 한국불교도 살아남을 수 있다."

-문화포교에 관심 있는 스님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전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사람에게 투자하시라. 단번에 되는 일은 없다. 꾸준히 쌓아가야 한다. 또한 대나무가 마디를 맺듯이 시기별로 목표했던 성과를 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는 꼭 전법에 나선 스님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인이라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날 때부터 '옥(玉)'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고급문화로서 명상과 수행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특정 수행법에 얽매이기보다 각자의 근기에 맞는 수행법을 찾아서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하다. 짧은 명상 또는 숨이 들고 나가는 것을 관찰하거나 잠시 멈춰서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사실 이 거친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수행자다. 오죽하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인욕의 갑옷을 입고 자비의 방에 들어가서 중생을 제도하겠다'고 말씀하셨을까."

-종교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 불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기독교는 개화기 때 이 땅에 와서 병원과 보육원, 학교를 만들면서 짧은 시간 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불교는 조선시대의 억불숭유 시간을 극복하고 정체성을 회복하느라 바빴다. 사회적 역할까지 돌볼 틈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회적으로 신뢰를 얻고, 평화에 기여해야만 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제37대 집행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불교, 마음의 평안을 받는 불교'가 되자고 하는 것도 이런 고민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불자에게 추천하는 경전이 있다면.

"법화경(法華經)을 추천한다. 신라도 법화사상으로 삼국을 통일했다고 한다. 법화경의 핵심 사상은 회삼귀일(會三歸一)이다. 여러 강물이 바다에 모이듯이 '세 가지 가르침(성문·연각·보살의 가르침)이 결국 하나의 가르침(一佛乘·모든 존재는 부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으로 귀결된다'로, 부처님이 45년간 설한 가르침의 압축판이다. 동시에 과거·현재·미래의 인과가 담긴 말씀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사람은 배워야 진정한 '사람'이 된다. 특히 종교는 '어른'을 만드는 인큐베이터라고 본다. 불교만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진리가 세상을 이끈다. 저는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의 육바라밀과 바른 견해·바른 행위 등의 팔정도(八正道)를 추천한다. 육바라밀과 팔정도는 시대와 남녀노소를 초월해 어디서나 통용된다. 육바라밀과 팔정도를 통해 우리 모두 하얀 연꽃 '쿠무다'를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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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무다 명상문화센터 내 재단 이사장 사무실에서 법화경을 추천하는 주석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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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무다 명상문화센터 내 콘서트홀에서 명상 강좌를 진행하는 주석스님./제공=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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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무다 명상문화센터 옥상에 마련된 하늘법당. 바로 앞에 있는 송정해수욕장 해변이 보인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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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무다 명상문화센터 건물 외벽을 장식한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 주석스님은 불자들에게 법화경을 추천했다./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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