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안팎에서 구축된 시스템의 힘, 동남아시아 축구의 중심에 선 한국인 감독
|
오는 29일 밤 10시(한국시간),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의 상대는 개최국 인도네시아다. 박항서 시대의 영광 이후 다소 정체를 겪었던 베트남 축구는, 김상식이라는 새 지도자를 통해 다시 동남아 무대의 최강자로 군림하려는 중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최전선에는 김 감독과 함께 걸어온 이들이 있다.
|
그와 우리는 지난 1월, 하노이의 한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베트남을 방문할 때마다 늘 환대를 아끼지 않았던 그에게 이번만큼은 우리가 감사의 뜻을 담아 대접했다. 익숙한 찌개와 반찬 사이로 오간 대화의 중심엔 역시나 축구가 있었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동남아시아 축구의 다리 위에 김상식이라는 인물이 서 있다는 데 깊이 공감했다.
꽝 후이는 그날 이렇게 말했다.
"이제 베트남도 감독을 고를 때 스타일이 아니라, 구조를 보는 눈이 생겼다. 김상식은 시스템으로 접근할 줄 아는 지도자다."
그 믿음은 지금 결승 무대를 앞둔 이 시점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김 감독은 AFF컵에서의 성공에 이어 이번 U-23 대회에서도 3연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을 차례로 꺾는 과정에서 보여준 11경기 무패 행진은 우연이 아니었다. 베트남 축구의 체질을 바꾸고 있는 그에게, 이번 결승전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만약 우승에 성공한다면 그는 미쓰비시컵과 AFF U-23 챔피언십을 모두 제패한 동남아 최초의 감독이 된다. 신태용 감독도, 박항서 감독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
그의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다. 미드필더 빅토르 레는 "잘 준비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베트남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김상식 감독은 말했다. "어려운 경기이고, 아직 결과에 대해 말하긴 이르다. 하지만 최대한 신중히 준비했다. 선수들이 계획대로 잘해준다면 베트남이 승리할 것이다."
꽝 후이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U-23 대표팀은 이전보다 더 많은 동기와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대회 3연패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 성공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베트남 축구는 지금,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상식이라는 이름과, 그를 향한 깊은 신뢰를 보내는 꽝 후이라는 이름이 함께한다. 그들이 함께 바라보는 정상이 이번 결승전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역사적인 순간은, 이제 단 한 걸음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