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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조건 띄운 北… “美 태도 보겠다는 압박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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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7. 29. 17:59

김여정, 핵보유국 지위 인정 전제 대화
美 "비핵화 위한 김정은과 대화" 팽팽
전문가 "한미정책 변화 따라 협상여지"
통일부 "북미회담 재개를 적극 지지"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이틀 연속 담화를 내고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을 전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북미대화 협상테이블에 나서기 위한 사전 조건을 내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에 대한 요구는 동맹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주변국의 핵무장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대화와 협상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 부부장은 29일 공개된 '조미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는 제목의 대미 담화에서 "지금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조미 대화에 대한 미국 측의 일방적 평가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 보는 데서 전제로 돼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이 벌어졌던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며, 핵 보유국 지위를 전제한다면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김 부부장의 담화를 연속 공개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화해 기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기대어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핵보유국 인정)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또 한미 정상회담, APEC회의,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NDS) 공개를 계기로 북한 문제가 주요 현안이 되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미국의 대북한 태도와 정책을 가늠하기 위한 의도로 관측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기적으로 북러동맹을 우선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협상 여지를 열어두려는 의도"라며 "미국에 대해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며 구체적인 대화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담화는 북한이 비핵화 의제를 원천 차단하면서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전제를 미국이 넘을 수 있는지 가늠하는 차원"이라며 "'변화된 현실 수용' '새로운 사고' 등 표현은 협상할 의지가 있다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담화에 미국은 즉각 반응했다. 미 백악관은 김여정 담화에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과 대화는 열려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전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대북 협상구도의 변화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북미대화나 정상회담의 구도가 형성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 위원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획기적인 협상의지 전환 결정이 아니라면 대화 구도가 만들어지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담화는 이런 미국의 태도를 보겠다는 압박 메시지 개념으로, 북한은 8월 한미연합훈련, 한미정상회담, APEC정상회의 등을 보면서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미회담 여건을 만드는 데 노력을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미는 향후 북미 대화를 포함해 대북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통일부도 "북미회담 재개를 적극 지지한다"며 "앞으로 평화 분위기 안에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미회담 재개를 촉진하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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