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 넘어 '글로벌 경쟁력' 입증
|
조용히,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실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이른바 'K-방산의 숨은 조력자'들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주)지슨은 보안 전문기업으로, 최근 무선 백도어 해킹 탐지장비(A-H)를 조달청의 '우수 조달제품'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도청탐지장비(A-I)에 이은 연속 선정이다.
|
제품 성능과 시장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셈이다.
지슨의 A-H 장비는 군사 기밀 보호, 방산 수출 협상 중 해킹 차단 등 실제 작전과 방산 실무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K-방산 수출 계약 과정에서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 보안장비는 방산 제품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부각된다.
지슨은 중기부 성능 인정과 조달청 등록을 기반으로 해외 군수 조달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기준 매출 292억 원, 영업이익 50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군 교정 자동화, 고주파·전자파 시험, 통신장비 인증 등 방산 관련 분야의 매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이치시티는 NATO, EU 등에서 요구하는 전자파 적합성(EMC) 인증 시험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 K2 전차나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주요 수출 무기의 해외 인증을 직접 뒷받침해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 무기체계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서, 세계 인증 기준을 통과하는 기술 신뢰성을 갖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품, 시험, 인증, 보안 등 비(非)완제품 영역에서 활약하는 강소기업들은 무기 수출의 실질적 '안정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무기의 신뢰도, 계약의 지속성, 운용 유지보수 등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특히 유럽, 동남아 지역에서는 이러한 기술 인프라가 방산 계약의 유지 조건으로 작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기 수출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기술과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방산 파트너십'의 시대"라며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민첩성이 없이는 K-방산의 지속 가능성도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우수 국산기술에 대한 수의계약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조달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도 '방산 기술 글로벌 인증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 강소기업들의 NATO 조달시장 진입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화려한 전차나 전투기보다, 보이지 않는 기술이 방산 수출을 움직이고 있다.
지슨과 에이치시티 같은 기업들이야말로 K-방산의 실질적인 경쟁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