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여의로]‘포스트 박찬욱·봉준호’ 등장 막는 韓영화산업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31010018222

글자크기

닫기

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7. 31. 13:30

이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국가대표' 작가 발굴 가로막혀
붕괴 직전 내몰린 산업적 현실이 인재 양성 허락하지 않아
정부·업계 손잡고 실효성 있는 영화 지원책부터 모색해야
문화부 조성준
지난 5월 한국 영화계는 대외적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 단 한 편의 장편도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를 접수했던 5~6년 전을 떠올리면 낯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물론 칸에 가고 안 가고가 한 나라의 영화적 위상을 가늠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침체된 영화 산업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와중에 늘 초대받던 세계적인 영화 축제에서 갑자기 '왕따'까지 당한 것 같아, 영화인들 대부분은 위기 의식과 더불어 섭섭한 감정마저 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7월 들어 박찬욱 감독이 한국 영화의 면을 세웠다.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8월 27일 개막하는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서다. 3년전 '헤어질 결심'으로 칸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던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 이후 20년만에 베네치아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노리게 됐다.

이렇게 한숨 돌렸지만, 걱정은 가시지 않는다. 봉 감독과 박 감독의 뒤를 이을 만한 '차세대 국가대표'급 감독들이 보이지 않아서다. '곡성' 이후 10년만의 복귀작인 '호프'를 내년 여름에 개봉하는 나홍진 감독, 배우 전도연·설경구·조인성 등과 손잡고 신작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창동 감독 등이 있지만 한국 영화의 미래를 제시할 적임자로 앞세우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들 모두 성장중인 '진행형'이라기보다는, 고유의 작품 세계를 어느 정도 구축한 '완료형' 작가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영화 산업이 처한 현실이다. 질적 발전의 계승은 산업적 발전과 궤를 같이 하는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보급 확대와 관람료 인상 등으로 붕괴 직전에 내몰린 현 상황이 '포스트 박찬욱·봉준호'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허락하지 읺는다는 것이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주위로 시선을 돌릴 수 있지만, 영화계의 돈줄 자체가 말라버린 요즘 같아서는 내 허리띠 졸라매는데 바빠 차세대 영화 작가들의 발굴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는 얘기다.

얼마전 CJ ENM이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정책 제안서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하는 등 업계와 정부가 이 같은 위기의 심각성에 의견을 같이 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머리를 맞댄 모습은 긍정적으로 와 닿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영상 산업의 오랜 근간이자 토대인 영화가 논의 대상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내 OTT 경쟁력 강화와 인공지능(AI) 콘텐츠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정책 수립도 시급하지만 영화 산업이 다시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마중물부터 쏟아붓는 게 가장 우선이란 걸 강조하고 싶다.
조성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