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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국 위나라의 장수로 재직하던 시절, 병사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전장을 누볐다. 심지어 등창으로 고통받는 병사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내기까지 했다. 이를 본 병사들은 오기에게 깊이 감복했고, 그의 군대는 사기를 잃지 않은 채 전장마다 승리를 거듭하며 76전 무패라는 전설적인 전과(戰果)를 남겼다.
역사는 그를 '솔선수범'이라는 리더의 핵심 덕목을 누구보다 충실히 실천함으로써 부하들의 무한한 신뢰를 얻은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금융시장 정상화를 이끄는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이런 리더십을 기대하긴 어려운 현실이 씁쓸하다.
지난달 중순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내 '코스피 5000시대 실현 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 소속된 국회의원 10명(김남근, 김영환, 김현정, 민병덕, 박상혁, 박홍배, 오기형, 이강일, 이소영, 이정문)의 총자산 102억6108만원 가운데 부동산 자산은 49.6%인 50억8000만원에 달하는 반면, 증권(주식) 자산은 겨우 2.55%(2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이 중 김남근, 박홍배 의원을 제외한 8명의 주식 보유액은 '0원'이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직전 코스피·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에 각각 2000만원을 투자하고, 매달 100만원씩 5년 간 1억원을 사들이겠다고 공언한 것과 대조된다.
정부가 "주식도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투자처"라며 국민을 독려했지만, 정작 특위 위원들조차 부동산을 주력 자산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들 스스로도 코스피 5000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내심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를 보고 과연 어느 누가 금융시장 육성 정책에 신뢰를 갖고 따르겠는가. 오히려 '부동산은 역시 불패'라는 인식만 시장에 심어줄 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 처분 지침을 외면한 채 퇴직하면서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었던 전례가 떠오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31일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안을 공식화했다. 이에 다음날인 1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3.88%, 4.03% 급락하며 올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외치면서도 사실상 역주행하는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정부는 주식 시장 활성화를 통해 주택 만이 유일한 투자 수단이 되는 현실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계속된다면 오히려 부동산 자산 가치를 더 공고히 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권자의 말보다 행동을 본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스스로 모범을 보일 때에야, 비로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