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캐릭터 협업·공연 후원으로 미래고객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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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7일 10대를 겨냥한 특화 금융상품 '신한카드 처음'을 출시했다. 기획 단계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방과 후 시간대인 오후 4~8시에 2%를 추가 적립하는 혜택을 넣었다. 카드 플레이트에는 네이버 웹툰 '냐한남자'의 인기 캐릭터 '춘배'를 적용해 카드상품이면서도 '굿즈'처럼 소장 욕구를 자극하도록 했다.
NH농협카드는 넷마블 자회사 엠엔비의 인기 게임 '쿵야레스토랑즈'와 협업해 '쿵야싱싱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농협이 가진 농산물·먹거리 이미지와 게임 속 주요 농산물을 모티브로 한 쿵야 캐릭터 콘셉트를 결합해 브랜드 친밀도를 높였다. 카드 디자인에는 캐릭터와 음식 이미지를 전면 배치해 소장 가치를 더했고, 관련 굿즈 증정 이벤트도 진행했다. 그 결과 출시 한 달 만에 신규 발급 건수 1만 건을 돌파하며 조기 흥행에 성공했다.
캐릭터 마케팅뿐 아니라 공연을 활용한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후원사로 참여했다. 행사 현장에 문화 라운지와 부스를 설치하고, 관객들을 대상으로 즉석 이벤트를 진행하며 브랜드를 알렸다. 특히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과 협업한 '틴업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하츄핑 캐릭터를 카드 플레이트에 적용해 '갖고 싶은 카드' 이미지를 강화한 것이다. 또 쿠팡과 협업해 출시한 '쿠팡 와우 카드' 보유 고객만을 대상으로 특별 이벤트를 열어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발급도 유도했다.
현대카드는 2007년부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리즈를 운영하며 콜드플레이, 빌리 아일리시, 브루노 마스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국내 무대에 올려왔다. 지난 2일에는 인기 밴드 잔나비의 앵콜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125'를 직접 주최했다. 유명 아티스트의 팬심을 고객 확보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단순한 후원이 아닌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현대카드 보유 고객에게 선예매·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공연장 내 브랜드존과 전용 라운지를 운영해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현대카드는 공연 문화 전문 브랜드 'Loved by Hyundai Card'를 운영하며 공연·전시·스포츠 등 장르를 불문하고 자체 안목으로 선별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문화마케팅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카드 업계가 캐릭터와 문화마케팅으로 젊은 세대 공략에 나선 건 미래 주 고객층으로 분류되는 청소년층의 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고등학생 1인당 연간 결제금액은 평균 175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대비 약 30% 증가한 수준이다. 청소년층의 카드 사용 빈도도 크게 늘어, 하루 2회 이상 체크카드를 결제하는 비율이 18%에서 29%로 뛰었다. 이러한 변화는 청소년층이 향후 신용카드 고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카드사들은 청소년뿐 아니라 20~30대 초반까지 아우르는 젊은 층을 '미래 고객 풀(pool)'로 보고, 이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문화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업계에선 문화마케팅이 단기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고객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본다. 금융상품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젊은 층의 관심과 호감을 얻으면, 이후 신용카드 발급과 장기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문화마케팅은 MZ세대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며 "마케팅 현장에서 재미 요소를 더해 혜택·서비스·상품 안내로 고객 접점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