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예보 용어 재설정 필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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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중부지역을 끝으로 전국에 장마가 종료됐지만 최근에도 장마와 유사한 양상의 비가 전국에 내리고 있다. 지난 9일부터 호남권을 중심으로 최대 200㎜의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침수되고 수백명이 대피했다. 비구름대는 이날부터 북상하면서 오는 14일까지 전국에 시간당 최대 30~50㎜의 비를 뿌릴 전망이다. 이런 '장마 후 강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 대류 불안정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문제는 장마를 바라보는 민간과 당국·학계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장마를 '6월 하순~7월 하순 사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정체전선이 형성되는 시기'로 정의한다. 일종의 '절기'와 같은 개념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덮으면 비가 그치고 폭염이 시작되는 패턴은 일정하기 때문에 이 점을 장마 종료로 본다.
반면 민간에서는 장마가 '여름철 비가 계속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로 통용된다. 이 때문에 농어업 종사자, 지자체 등은 장마 종료 이후에는 폭염 대비에 집중한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아직 장마냐', '끝났다면서 왜 계속 퍼붓냐'는 등 혼란이 발생한다. 특히 올해는 찬 공기가 갑자기 남하하거나, 고기압이 물러났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하면서 장마 후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했다. 이를 일부 언론에서 '우기', 'N차 장마', '가을 장마' 등으로 표현하지만 공식 개념이 아니어서 정보가 제각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마를 대체할 공식 예보 용어를 마련하거나 기간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 전 한국기상학회와 기상청이 발표한 '2022 장마백서'에서 '한국형 우기'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후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이미 용어가 굳어진 데다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기에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기라는 표현은 한국의 사계절 특성과 맞지 않다"며 "한국은 특히 여러 기단의 영향을 받는 위치라 이를 단번에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개념을 함부로 바꾸면 혼동이 올 수 있다"며 "예전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