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동주택 설치율 35%
국회서 의무화 법안은 계류
|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사망자들은 모자 관계로 밝혀졌다. 재산 피해 규모는 1억5000만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1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는 건물의 천장에 놓여 화재 시 자동으로 물을 뿜는 소화 장치다.
불이 난 아파트는 1998년 준공돼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갖춰지지 않았다. 당시 소방법 시행령에서는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다. 이 조항은 2018년 1월부터 '6층 이상 건물의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개정됐지만, 이전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올해 들어 4차례나 발생했다. 사망자는 8명에 달한다. 지난달 13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졌다. 같은 달 2일과 6월 24일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불이 나 10세·7세 자매, 8세·6세 자매가 각각 사망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공동주택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전체 공동주택 4만4208개 단지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1만5388개로, 설치율은 35%에 불과했다.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도 다양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2만3401건 중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사례는 15.6%(3656건)로 집계됐다.
인명 피해가 반복되자 국회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소방시설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3일 발의했다. 새로 짓는 건물뿐만 아니라 기존의 아파트에도 스프링클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는 사항도 포함됐다. 현행법은 일부 층수,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에만 의무 조건을 두고 있다.
그러나 법안은 계류하고 있다. 현재 담당 상임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A 의원은 "노후 아파트 화재 대책이 시급하지만 국회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 8월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민호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를 다시 점검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