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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금은 균형 잡힌 기업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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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10. 16:44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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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을 1.0%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사실 대한민국 경제에 경고등은 켜진 지 오래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10년 전 3%대였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1%대까지 하락했다.

실제 기업 현장도 심각하다. 지난해 폐업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중소법인은 40만개에 달했다. 이처럼 기업이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과장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국회의 입법 추진 현황을 보면 어려운 기업의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7월 15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이어 보름도 채 되지 않아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담은 추가 상법 개정안과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 잇달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경제계는 경기 부진 속에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제도 변화의 속도와 수용도를 감안해야 한다고 수차례에 걸쳐 호소하고 있지만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입법의 취지가 기업의 투명성과 노동권 보장에 있긴 하나 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입법은 현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더해 7월 31일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도 우려스럽다. 중소기업계는 '경제강국 도약'과 '민생 안정'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1% 낮추었던 법인세를 다시 환원하는 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세율 인상이 항상 투자 위축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처럼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 부담이 큰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세부담 인상은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실제 한계 중소기업 비율은 2021년 15.5%에서 2023년 17.4%로 늘었고 전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지난 5월 기준 0.95%로 9년 만에 최고치였다.

기업이 성장을 지속해야 고용과 세수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를 인식한 많은 나라들은 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혜택을 통해 경쟁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한 것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오히려 기업에 대한 규제와 세부담이 동시에 강화되며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상공회의소가 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우려를 공식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노사관계 개선은 장기적으로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확실성이 큰 시점에는 제도의 내용뿐 아니라 시기와 방식에 대해 당사자인 기업과의 조율이 더욱 중요하다. 개선은 필요하지만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변화여야 한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 상법과 노조법 개정·법인세 인상 등 기업 옥죄기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정부와 국회의 개혁 의지와 경제 현실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기업 규제 강화와 세부담 증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경제 회복에 역행할 수 있다. 부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경제계의 호소를 흘려 듣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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