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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비춘 서울, 정원도시가 만든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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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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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남산·낙산공원·한강이 팬들의 '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에는 탐방 코스까지 자발적으로 공유된다. 이 현상이 우연일까? 아니다. 서울의 풍경은 장기적인 도시정책이 만든 '준비된 무대' 위에서 완성됐다.

낙산공원은 한때 무분별한 개발로 아파트가 빽빽했던 곳이다. 그러나 1997년부터 성곽 복원사업이 추진되며 역사·경관 회복이 이뤄졌다. 2008년에는 30개 동·176채를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 지금은 작품 속 감정선을 담아내는 장면 배경으로 손색없는 공간이 됐다.

남산도 도시 생태 전환의 상징이다. 2009년 '남산 르네상스'로 실개천이 복원되자 1000여 종의 생물이 돌아왔고, 2021년 중앙정보부 건물 철거 부지에 예장공원이 들어서며 회색 구조물은 녹지로 바뀌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남산의 깊이감은 이러한 정책의 축적에서 비롯된다.

한강은 변화의 폭이 더욱 크다. 2007년 '한강 르네상스'는 콘크리트 제방을 자연형 호안으로 전환하고 시민 친화적 프로그램을 확산시켜, 4년 만에 방문객이 3800만 명에서 6800만 명으로 늘었다. 2023년부터 추진 중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생태 복원 확대, 에너지 효율적 시설 전환 등으로 한강을 생활·관광·생태가 공존하는 모델로 진화시키고 있다.

이 정책적 학습과 축적은 2023년 '정원도시 서울'로 집대성됐다. "어디서든 5분 안에 정원을 만나는 도시"라는 비전 아래 서울시는 2026년까지 1007개 정원을 목표로 한다. 올해 7월 말 기준 이미 장소성과 스토리를 갖춘 955개 정원이 조성되어 조기 목표 달성이 임박했다. 특히 회색 포장 면을 걷어내고 조성한 사례가 많아, 단순한 미화가 아니라 도시 구조의 재설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원도시의 핵심은 '비움·연결·생태·감성'이다. 송현동 부지를 시민에게 돌려준 개방,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한 'Green Soul(그린 소울)'의 확산은 개발의 논리를 넘어 시민 경험과 생태 건강을 동시 설계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이제 서울은 우연한 성공을 넘어 지속 가능한 매력을 설계해야 할 때다. 서울의 역사 문화 자산을 적극 활용해 600년 역사도시의 유산들과 현대적 녹지 공간을 연결해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만의 매력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 또한 시민의 일상과 자연의 건강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뚝섬한강공원의 생태 호안처럼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자연석을 깔아 물새가 돌아왔듯,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방식은 이미 검증됐다.

케이팝이 세계인의 시선을 불러 모았다면, 그 시선을 머물게 하는 것은 정원·공원·하천으로 촘촘히 엮인 녹색 인프라다. 도시는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문화와 생태가 만나는 무대다. '정원도시 서울'은 그 무대를 설계하는 통합 전략이며, 서울은 과거의 교훈 위에 미래의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가 사랑하는 지속 가능한 명소로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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