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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디스플레이란 명성에 걸맞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과연디스플레이 기술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의문이 들만한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였다.
초대형 OLED 캔버스에 담긴 유명화가의 그림은 마치 실제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화질과 선명도에서 극강의 수준을 보여줬다. 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마이크로 LED는 뒤가 훤히 뚫린 듯이 보이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
어디 이뿐인가. 50만번을 접어도 끄떡 없는 폴더블 OLED에서 자유자재로 늘어났다 줄어드는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까지 이게 가능할까 싶은 제품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관객들은 조만간 펼쳐질 미래의 우리 일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란 말처럼 대한민국이 세계 디스플레이산업의 미래를 창조하는 그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자긍심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처한 현실을 보면 마냥 자랑스러워 할수 만은 없을 것 같다. 2000년 이후 십여 년 이상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K-디스플레이산업의 성장엔진이 점차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의 무서운 추격에 LCD 시장은 사실상 중국에 넘어갔고 그나마 기술적 우위를 지켜왔던 OLED 시장마저 중국의 거센 도전에 휘청거리고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기업들은 OLED에서 만큼은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고 OLED를 대체할 차세대 먹거리 개발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무기발광 디스플레이가 그 주인공으로 OLED 신화를 다시 쓸 디스플레이 산업의 차세대 주자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비록 연구개발 초기로 아직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 소자가 몰고 올 디스플레이산업의 혁명적 변화를 고려할 때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는 있어 보인다. OLED에 이어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상용화 경쟁에서도 기술적 우위를 지켜낼 수 있느냐에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명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년부터 차세대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사업단을 출범시켜 마이크로 LED 초격차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문제는 우리 디스플레이산업 생태계가 마이크로 LED가 본격적인 산업화에 접어들 때 까지 중국의 집중 공세를 버텨낼 수 있는가다.
수요정체에 따른 매출 감소와 패널기업들의 설비 투자 축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우리 소부장 기업들이 당장의 이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볼 때다.
그간 중국정부가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따라잡기 위해 쏟아 부었던 막대한 자금과 이구환신(以舊換新) 등 다양한 수요창출 정책이 우리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음은 그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 등 많은 국가가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WTO 자유무역시장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관세폭탄과 시장보호조치를 남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기업에 자유시장과 공정무역 질서에만 기대 살아남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를 우리는 지금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야말로 기울어진 선박의 갑판에 평형수를 채워 우리기업들이 안심하고 맘껏 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홀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등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강력한 국가가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Team-Korea를 이뤄 K-디스플레이산업 진짜 성장의 신화를 다시 써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