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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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는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철학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그린다.
8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의 주체성과 투쟁을 다룬 이번 작품에서 이하늬는 배우 '희란' 역을 맡아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외적인 스타일은 엄마와 고모의 스타일을 참고했다.
'애마'의 서사는 이하늬에게도 특별한 의미였다. "작품 하나를 맡으면 1~3년씩 호흡하며 살아야 하기에 저와 맞닿은 지점이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애마'는 25년을 살아온 배우이자 여성으로서 정말 반가운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완주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매 장면 진심으로 임하는 이해영 감독의 힘이 컸다. 이하늬는 "진짜 장인이셨고 이번엔 미치광이처럼 디테일에 몰입하셨다"면서 "디테일하면서도 과감한 판단을 하신다. 배우로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느낌이지만,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분"이라고 평했다.
이번 작품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이하늬는 "80년대의 화려함 속에도 폭력과 억압, 투쟁의 역사가 담겨 있다"며 "지금도 부당한 일은 존재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싸움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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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희란이라는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며 큰 울림을 받았다. "희란이 감독을 찾아가 '잘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짠했어요. 저도 항상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절박함으로 연기하고 있거든요."
희란을 시대의 상징으로 해석하며 "이미 가진 자였지만 침묵을 깨고 투쟁을 선언하는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시대마다 존재했던 독립 투사 같았다"며 "나 역시 부당한 상황엔 말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촬영 과정에서 들은 실제 영화인들의 에피소드도 공감이 컸고 연기를 통해 스스로에게도 큰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연기에 동의할 수 없을 땐 '감독님 준비되시면 말씀 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이라고 털어놓아요. 제가 그 시대의 여배우였다면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고민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죠."
이하늬는 최근 둘째 딸을 출산했다. 이 때문에 여성 간 연대가 더 강해졌다고 했다. "출산을 앞둔 시점에 찍은 작품이라 더 진하게 와 닿았죠.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은 배우는 피할 수 없는 파도가 많은 직업이에요.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넘기느냐가 중요해요. 엄마가 되니 여성 간의 연대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