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현지시간) 자카르타포스트·콤파스 등 현지매체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동부 마카사르시에서는 분노한 시위대가 시의회 건물에 불을 질러 건물 안에 있던 직원 등 3명이 숨졌다.
애초 이번 시위는 현지 언론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회의원들이 받는 급여와 특혜의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하원의원들은 월급 외에도 주택 수당으로만 매달 5000만 루피아(약 427만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까지 합치면 한 달에 총 1억 루피아(855만 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주택 수당만으로도 일부 빈곤 지역 월 최저임금의 20배에 달하는 금액이라 "황제급 특혜를 누린다"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여기에 지난 28일, 시위와 무관하게 음식을 배달하던 오토바이 운전자 아판 쿠르니아완(21)이 진압에 나선 경찰 장갑차에 치여 숨지는 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분노의 초점은 의원들의 '탐욕'에서 경찰의 '잔혹성'으로 옮겨붙었다. 29일부터 시위는 수도 자카르타를 넘어 마카사르·수라바야·반둥·휴양지 발리 등 전국 주요 도시로 들불처럼 번졌다. 시위대는 경찰서와 의회 건물을 주된 공격 목표로 삼아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방화를 저질렀다.
마카사르에서는 시의회와 주의회 건물이 전소됐고, 이 과정에서 시의회 건물에 갇힌 3명이 숨졌다. 자카르타에서는 시위대가 경찰 정예부대인 기동타격대(브리몹) 본부의 정문을 부수려 시도했고, 말랑시에서는 최소 4곳의 경찰서가 불에 탔다.
이번 시위는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인도네시아의 정치 엘리트와 부패한 공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와 예산 삭감, 대량 해고 위협에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의원들이 엄청난 수당을 챙긴 것에서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이다. 여기에 집권 연정 소속 나스뎀당의 사흐로니 의원은 시위대가 의회 해산을 요구하자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들"이라는 망언까지 해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취임 1년을 맞은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사망 운전자의 유족을 직접 찾아 위로하고 경찰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초기 민심 수습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사태가 심각해지며 프라보워 대통령은 결국 자국 내 상황을 이유로 중국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프라보워 대통령은 다음 달 3일 열리는 중국의 전승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한국과 일본을 찾을 예정이라고 보도 한 바 있다. 하지만 방중이 취소되며 방한·방일 일정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분석가들은 시위의 요구가 아직 대통령 퇴진까지 직접 향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엘리트의 특권과 경찰 개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분노의 화살이 결국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향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