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시위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충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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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는 최근 몇 년간 가속화된 호주의 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렸다. 주최 단체 ‘호주를 위한 행진’은 이번 시위에 관해 “반이민 시위가 아닌 과도한 이민 정책에 대한 반대”라면서 주택 부족, 자원 고갈 등 호주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대규모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최근 호주 사회에서는 기술직 종사자와 유학생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이민자 유입을 주택난, 생활비 상승 등 여러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특히 물가 상승과 주택난을 겪고 있는 서민들 사이에서 이런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는 인종차별적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시드니 집회에서는 ‘모든 기회에 백인의 단결’이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포착됐다. 퍼스 집회에서는 반이민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는 동안 반대 시위대가 “나치 쓰레기들은 우리 거리에서 사라져라”며 언쟁을 벌였다.
애들레이드에서는 한 연설자가 '국가사회주의 네트워크'의 일원임을 밝히며 이민 중단을 요구했고 시위대 내부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집회가 중단됐다. 주최 측은 해당 연설자를 초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이 사건은 시위의 본래 목적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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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날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반이민 집회와 그에 반대하는 모임의 총 참석자는 약 1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퍼스에서는 반이민 시위대 약 5000명과 반대 시위대 수백명이 참여했다.
시드니와 브리즈번에서도 수천명이 도심 한가운데에서 시위를 벌였다. 멜버른에서는 반이민 시위대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우발적으로 충돌했고 경찰이 이를 막기 위해 최루액을 사용하기도 했다.
반이민 집회에 반대하는 인도주의 단체들도 조직적으로 시위를 펼쳤다. 난민 행동 연대가 주도한 반대 시위는 “인종차별 반대”와 “이민자 환영”을 외치며 반이민 집회에 맞섰다.
이들은 50년 전 백호주 정책이 공식적으로 폐지된 이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에 많은 사람이 경악하고 있다며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