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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날 여야 정당 대표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수당과 특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의 주택 수당을 삭감하고 해외 출장을 중단하는 새로운 유예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 밝혔다. 국민들의 분노에 정부가 이례적으로 양보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프라보워 대통령은 동시에 강경한 경고 메시지도 날렸다. 그는 "폭동과 약탈 행위에 대해서는 군과 경찰에 법에 따라 가능한 한 가장 단호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소요 사태가 "반역과 테러의 징후를 보인다"며 "국가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의 발표 직후 수도 자카르타의 대통령궁과 주요 정부 시설, 장관들의 자택 주변에는 중무장한 군 병력이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위를 주도한 학생 단체들은 "단순히 수당을 삭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학생 단체 대표는 "거리의 분노는 이유 없이 생긴 것이 아니다. 정부는 정치 과두 체제와 불평등한 경제 구조 같은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추가 시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라보워 대통령이 경찰과 군대에 내린 지시에 대해서는 "억압적이고 위협적"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지부도 성명을 통해 프라보워 대통령이 반역·테러와 같은 용어를 사용한 것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월급 외에도 주택 수당으로만 매달 5000만 루피아(약 427만 원)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주택수당만으로도 일부 빈곤 지역의 월 최저임금의 약 20배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국회의원들의 '황제 수당'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시위는 28일 경찰 장갑차에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폭력 사태로 번졌다.
이후 마카사르 시의회 방화 사건(3명 사망)에 이어, 족자카르타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대학생 1명이 추가로 숨진 사실이 확인되는 등 총사망자는 최소 6명으로 늘어났다. 재무장관 등 고위 관료의 자택이 약탈당하는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시위 격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인도네시아 증시와 루피아화 가치는 급락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취임 1년을 맞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야당까지 끌어안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시위대가 요구하는 근본적인 개혁과 정부의 강경 진압 방침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정국 혼란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