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스페이스X는 완전 재사용 발사체인 스타십의 귀환을 성공시켰다. 2015년 부분 재사용 발사체인 팰콘9의 재사용에 도전했을 때, 수많은 사람에게 비난받았고 심지어 사기라고도 폄훼 받았다. 그 비난 행렬의 맨 앞에 있던 아리안스페이스나 보잉-록히드마틴과 같은 레거시 우주기업 리더들은 스페이스셔틀 시대의 재사용 기술의 한계를 지적하며, 재사용은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없으며 재사용할 만한 수요도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형적인 백워드 룩킹 방식의 접근법이었다.
반대론자들의 비난과는 달리, 스페이스X는 팰콘9으로 지난해만 하더라도 134회 발사를 성공시켰으며, 올해는 150번 이상의 발사에 도전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이를 통해 스타링크와 같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수직이착륙 재사용발사체 기술은 현재 전 세계적인 표준이 돼 중국과 유럽, 러시아, 인도 등은 앞다퉈 팰콘9과 같은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1단과 2단 모두 재사용하는 메탄 추진제 기반 스타십으로 다시 한번 혁신을 추구, 그 결실을 지난달에 맺었다.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포워드 룩킹 방식의 혁신에 도전한 것이다. 최근 우주항공청에서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을 기존 소모성 로켓에서 메탄 재사용 로켓으로 변경하는 사업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스페이스X의 포워드 룩킹 방식의 혁신을 기대해 본다.
미국 창업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 페이팔 출신 창업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지칭하는 페이팔 마피아라는 말이 있다. 페이팔 창업에 성공해 부와 인맥을 통해 안락한 삶이 아닌, 다시 창업과 벤처 투자의 일선에 뛰어들어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높은 가치의 혁신을 일으키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중에는 팔란티어의 피터 틸과 스페이스X·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링크드인의 리드 호프만, 트럼프 행정부 인공지능(AI)·암호화폐 총책임자 데이비스 삭스, 유튜브의 창업자 채드 헐리 등이 있다. 피터 틸은 그의 저서 '제로 투 원'에서 페이팔 출신의 성공을 직업이 아닌, 유흥의 관점에서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한데 묶이면서 만들어낸 에너지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와 전통보다는 미래를 위한 도전을 중심으로 하는 포워드 룩킹 방식의 접근법에 이러한 에너지가 첨가되면서 AI 혁신과 우주산업, 양자와 같은 새로운 혁신의 연쇄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혁신의 연쇄작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혁신 에너지를 높이고, 과거 성공의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성장보다는 불확실할 수 있지만 파괴적 혁신을 위한 미래에 도전하는 포워드 룩킹 방식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경직보다는 유연함이 필요한 시기다. 미래는 AI와 양자, 우주가 더 크게 성장할 것이고 한 발짝 더 먼 미래를 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과거 성장 시대의 성공 방정식이 아닌 극적인 미래를 가정하고 리스크 테이킹하는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을 펼칠 때다. 과감한 미래에 대한 도전을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조금 기다려 주고, 응원해 줄 용의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