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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직원들, ‘교육훈련비’로 TV·청소기 샀다…자료 제출 거부 기관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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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9. 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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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업무능력 향상 및 자기계발 등을 위해 지급하는 '교육훈련비'로 개인용 전자제품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돼 국민권익위가 부당 집행액 전면 환수에 나섰다. 권익위 조사 결과, 9개 기관에서 1805명이 약 25억원의 지원금 중 TV·노트북·헤어드라이어·청소기 등에 21억원가량을 부당 사용했다.

권익위는 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교육훈련비 집행 실태조사 결과 브리핑'을 개최했다. 권익위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고가의 전자제품을 학습콘텐츠에 끼워 팔고 있고,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이 교육훈련비로 이러한 전자제품을 개인적으로 취득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공공기관의 교육훈련비 운영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한국산업단지공단·한국석유공사·한국수출입은행·한국국제교류재단·국립공원공단·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한국산업은행·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환경공단 등 교육훈련비 부적절 집행이 의심되는 10개 기관을 선정해 지난해 12월까지 5년간의 집행 실태를 집중 조사했다.

한 공공기관의 직원은 5년간 10차례에 걸쳐 태블릿PC·스마트워치·노트북·TV·로봇청소기 등 11개 제품을 구매하고 교육훈련비 853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에 따라 맞춤형 복지비와 겹치는 복리후생비 예산 편성·운영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공공기관에선 유사 예산을 편성해 우회적으로 전자제품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에 권익위는 교육훈련비 부당 집행 기관에 대해 지원금을 통한 전자기기 등 물품 구입을 즉시 중단했다. 또 부당 집행액을 환수하고, 부당 집행에 대한 내부 제재 규정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또 권익위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일부 자료 제출을 거부한 기관(A·B 기관)에 감사 및 추가 조사를 통해 부당하게 집행된 예산 환수 및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라고 통보했다. 두 기관은 권익위의 거듭된 교육훈련비 집행 상세 내역 요청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A·B 기관에 대해 "어학 콘텐츠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고가의 전자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한 기관의 경우, 전자제품이 아닌 섹소폰 등의 악기도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훈련비 부적정 집행 기관들 중 C 기관의 부당 사용 금액이 가장 높았다. C 기관 소속 직원 953명은 11억 6440만원을 지원받아 이 중 10억 2549만원가량을 사적 물품 취득에 사용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권익위는 부패방지총괄기관으로서 교육훈련비를 포함한 각종 예산의 관행적 낭비와 목적 외 사용을 철저히 점검하고, 공공기관의 부패행위를 막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실태조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응태 권익위 심사보호국장은 이런 사태의 원인으로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꼽았다. 김 국장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교육 콘텐츠를 구매할 때, 업체에서 끼워파는 고가의 전자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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