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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포퓰리즘’ 묻은 농식품부, 정체성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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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정영록 기자

승인 : 2025. 09. 03. 18:00

정영록 증명사진
정영록 경제부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의 2026년도 예산안이 역대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때 아닌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내년부터 3년간 국고를 투입해 산업단지·중소기업 재직자 식대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농식품부는 예산 79억원을 들여 '직장인 든든한 한끼 사업'을 신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업 중 하나로 산단·중소기업 근로자 아침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거나 점심비 일부를 보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침식사는 근로자가 10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비·지방비·기업부담으로 충당합니다. 점심 식대의 경우 국비·지방비를 5대 5 매칭해 식사비 20% 수준을 보조, 한 달에 최대 4만원까지 지원할 예정입니다. 사업 목적은 '건강한 식생활 지원' 및 '지역 외식경제 활성화'입니다.

이 사업이 식량주권 강화, 농업·농촌 발전, 농축산물 수급안정 등 부처 핵심 정책 목표와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충남 계룡에서 직장생활 중인 30대 청년 문모씨에게 해당 사업을 소개하자 담당 부처가 고용노동부인지 보건복지부인지 물었습니다.

'당위성'과 '시급성'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농업·농촌은 고령화, 소멸위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수급불안 등 대응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현금성 정책이 목적이라면 농가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 짓고자 하는 청년 79명을 뽑아 1억원씩 지급하면 안 되나요? 기후위기에 대응해 79개 농가를 선정, 스마트팜 짓도록 1억원씩 보조하면 어떨까요?

이같은 사업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낮은 지속가능성 때문입니다. 소수 지원이 농업·농촌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효과성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필요한 것은 근본적 구조개선을 위한 '장기 플랜'입니다. 적은 예산이라도 선심성 정책에 우선순위를 뺏기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됩니다.

농식품부 내년도 예산안에는 전략작물직불 확대 등 농업 구조개선 노력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밥값 지원이라는 포퓰리즘 그림자에 가려졌습니다.

흔히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표현합니다. 정권에 따라 정책기조가 달라져도 묵묵히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일관된 원칙은 부처 정체성 확립과 핵심 목표 달성이어야 합니다. 정치적 입김으로 농식품부에 포퓰리즘이라는 '주홍글씨'가 붙어서는 안 됩니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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