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최대 7.2GWh 규모 공급
세계시장 2030년까지 10배 성장
LFP 배터리 겨냥 생산경험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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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지역은 AI데이터센터용 ESS 수요가 급증하며 배터리 업계에서는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는다. SK온은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다음해부터 본격 제품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4일 SK온은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2030년까지 추진되는 6.2GWh 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도 확보했다. 양사 협의에 따라 SK온은 2026년부터 4년간 최대 7.2GWh 규모의 ESS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업계가 추정하는 ESS 배터리 1GWh 당 수주 규모는 약 30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이번 SK온의 수주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ESS는 AI데이터센터에서 주로 활용되며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ESS에 남는 전력을 저장한 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할 때 즉시 사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운영을 안정화할 수 있다. 이에 SK온은 지난해 말 ESS사업실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하고 북미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계약은 조직개편 후 거둔 첫 성과로 평가받는다.
SK온은 다음해 하반기부터 ESS 전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현지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한다.
조나단 푸어 플랫아이언 최고운영책임자는 "기술력과 현지 생산 능력을 지닌 글로벌 배터리사와의 협력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며 "SK온과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예정된 복수의 프로젝트에서도 협력을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ESS가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전 세계 ESS 설치 규모가 2023년 44GWh에서 2030년 508GWh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온은 ESS 사업으로 LFP 배터리 생산 경험을 쌓고, 향후 전기차용 LFP 배터리도 생산할 계획이다. LFP 배터리는 SK온의 주력 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특히 최근 미국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종료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업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낮추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SK온도 기술 개발을 마치고 주요 고객사들과 수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대진 SK온 ESS사업실장은 "이번 계약은 SK온이 배터리 케미스트리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첨단 배터리 기술과 현지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추가 고객사를 확보해 북미 ESS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