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확대·가격인상 최소 원인
하이브리드 인기에 순위 상승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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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관세 유지 한달…현대차·기아, 역대 최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어난 17만9455대를 판매하며 역대 월간 최다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9만6448대로 11.3% 증가했고, 기아는 8만3007대로 10.4% 성장했다.
특히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이 15%로 타결됐지만, 여전히 25% 관세가 한 달째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환경차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현대차·기아는 총 4만9996대의 친환경차를 팔았고, 이는 월간 최다 판매량이었다. 판매 비중 역시 27.9%로 30%에 육박해 역대 최고였다. 미국에서 팔리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 10대 중 3대는 친환경차라는 의미다.
하이브리드 판매는 3만3894대로 59.1% 늘었고, 모델 중에선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가 149.6% 급증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또 다음 달 말로 종료되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앞두고 전기차 구매 수요가 몰린 점도 전기차 판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역시 전년 대비 38.5% 늘어난 1만6102대를 기록하며 월간 최다 판매량을 달성했다. 아이오닉5(7773대, +60.7%), 아이오닉6(1047대, +29.6%), 기아 EV9(2679대) 등이 선전했다.
◇美 점유율 12% 돌파… 3위 올라설까
이 같은 친환경차 성장은 점유율 상승으로 직결됐다. 현대차·기아는 12.3%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2%의 벽을 넘어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6.6%, 5.7%였다.
역대 최고 점유율을 경신한 현대차와 기아는 경쟁 완성차 업체들을 바짝 추격 중이다. 특히 포드는 지난달 12.7%를 기록해 현대차·기아와 격차는 불과 0.4%포인트였는데,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드를 제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총 168만대를 판매하며 10.5%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텔루라이드 신차 투입 등을 앞둔 만큼 이러한 상승세를 더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 한계에 직면하면서 차량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될 조짐도 보인다.
무엇보다 닛산, 스텔란티스 등 재무 여건이 취약한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관세로 인한 손실을 자체 흡수하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미국 내 판매 차량 중 멕시코·캐나다산 비중이 작다는 점도 가격 인상 요인을 줄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율 관세라는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와 기아가 친환경차 경쟁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은 상징적"이라며 "가격 안정 전략, 신차 투입 계획 등 호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