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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총리 선출 D-day, “싱가포르 다녀온다”던 탁신 전 총리 ‘망명지’ 두바이로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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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05. 13:00

THAILAND-POLITICS/ <YONHAP NO-6629> (REUTERS)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로이터 연합뉴스
태국의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운명의 날을 앞두고, 지난 20년간 태국 정치의 막후 실세로 군림해 온 탁신 친나왓(76) 전 총리가 4일 밤(현지시간) 돌연 전용기를 타고 출국했다. 당초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싱가포르를 다녀오겠다던 탁신 전 총리가 돌연 기수를 돌려 두바이로 향하면서 또 다시 '망명'에 나선 것이 아니냔 추측이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전날 저녁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개인 전용기를 이용해 출국했다. 그는 출입국 당국에 "싱가포르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다"고 목적지를 밝혔으나 항공기 경로를 추적한 결과 그의 전용기는 싱가포르로 향하다 갑자기 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두바이를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탁신은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태국 출입국 당국에 2시간 가까이 묶여 있는 바람에 싱가포르 공항 폐쇄 시간 전에 착륙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주치의가 있는 두바이로 경로를 변경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다음 주 화요일 법원 판결에 출석하기 위해 월요일까지는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15년간의 해외 도피 전력을 가진 그가 약속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전 총리는 2008년 부패 혐의 관련 판결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을 중심으로 15년 동안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이어왔다. 탁신 전 총리는 프아타이당에서 총리가 배출된 지난 2023년 8월 22일 귀국해 즉시 8년 형을 받고 수감됐지만 곧바로 경찰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리고 6개월 만에 가석방돼 실제론 교도소에서 단 하루도 지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출국 시점이 매우 교묘하다. 바로 다음 주인 9일 태국 법원은 그가 지난해 귀국 후 교도소 대신 병원 VIP실에서 보낸 6개월이 적법한 수감 기간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판결할 예정이다. 만약 위법으로 판결 날 경우, 탁신 전 총리는 다시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그의 정치적 기반인 프아타이당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태다. 지난달 29일 그의 딸인 페통탄 친나왓 총리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되면서 프아타이당은 구심점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

이 틈을 타 연정 파트너였던 품짜이타이당의 아누틴 찬위라꾼 대표가 제1야당인 인민당의 지지를 확보하며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급부상했다. 인민당은 연정 불참을 선언했지만, '조기 총선 실시'와 '헌법 개정'을 조건으로 아누틴 대표를 지지하기로 하면서 5일 열리는 총리 선출 투표에서 무난히 과반수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프아타이당은 77세의 원로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우며 마지막 반격을 시도했지만, 탁신의 부재 속에서 이는 '마지막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완위칫 분프롱 랑싯 대학교의 정치학 강사는 "아누틴이 차기 총리로 선출될 것을 확신한다"며 "프아타이당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2001년 이후 쿠데타와 사법부 판결로 끊임없이 부침을 겪으면서도 끈질기게 권력을 유지해 온 '친나왓 왕조'가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태국 전역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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