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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ESS 후발주자 SK온, 대형 수주로 증명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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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09. 05. 15:36

美에너지기업과 2조원대 계약 체결
전시회 대신 조용한 수주 행보 택해
수주 기반 ESS 라인 구축 속도 전망
(사진2) SK배터리아메리카 전경
SK배터리아메리카 전경. /SK온
국내 배터리업계의 ESS(에너지저장장치) 사랑이 뜨겁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이른바 캐즘이 지속되자 돌파구로 떠오른 시장이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비교적 조용했던 시장 내 후발주자 SK온도 최근 대형 수주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소리소문 없이 내실을 다져온 SK온의 실력이 드디어 성과로 증명되는 모양새입니다.

SK온은 지난 4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GWh 규모의 ESS 수주를 발표하며 미국 ESS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2조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자, SK온의 첫 북미 ESS 수주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합니다.

그간 SK온은 ESS 사업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나 홍보의 조짐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이달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북미 최대 재생에너지 전시회 RE+에는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만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업계가 이 행사에 대해 ESS 잠재 고객들을 직접 만나고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 만큼 SK온의 행보는 의구심을 갖게 했습니다. 이에 대해 SK온에선 이미 글로벌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 충분히 역량을 펼쳐오고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회사는 지금으로선 화려한 전시회 부스 대신 조용한 수주전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외적으로는 SK온이 ESS 사업에 집중해 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ESS 사업실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변경하고, 올해 7월 이석희 사장은 미국 ESS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번 성과는 북미 현지에서의 ESS 생산 체계 구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지에 ESS 생산 라인을 갖춘 것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합니다. SK온과 삼성SDI도 내년부터 고객사 공급을 위해 머지 않아 전기차 배터리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3사 모두 적극적인 수주에 나서면서 ESS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주춤하던 업계에 반전의 분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합니다.

SK온의 성과는 SK그룹 차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그룹 리밸런싱(사업 재편)의 중심에는 SK온이 있었습니다. 일명 '배터리 구하기'라는 이름으로 SKTI, SK엔텀에 이어 SK엔무브까지 알짜 계열사들을 SK온에 갖다 붙였습니다.

기다린 만큼 이제는 SK온 스스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기자가 산업부를 처음 담당했던 2022년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K-배터리의 힘을 보여주며 성장했던 SK온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한동안 주춤했지만, 이젠 ESS 시장에서 다시 한번 그 저력을 발휘하길 기대해 봅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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