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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학의 내가 스며든 박물관] 음악계의 중요한 인프라, 미래의 음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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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07. 18:01

<14> 캐나다 캘거리 '스튜디오 벨'
캐나다 캘거리 '스튜디오 벨’
캐나다 캘거리 '스튜디오 벨'.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창의도시를 고향으로 둔 나는 언제나 그곳에 세워질 '음악박물관'에 깃들고 싶었다. 게다가 지역FM방송의 프로듀서를 지낸 경험으로 일조할 기회를 늘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은 살같이 흘렀고, 나는 마침내 캐나다 캘거리에서 꿈속에서나 만났던 그 박물관을 찾았다.

국립음악센터인 스튜디오 벨(Studio Bell). 이곳은 캐나다 최초의 국립 문화 기관으로 음악을 기념하는 곳이다. 캐나다 음악 문화의 중심으로, 북미 최초의 음악박물관이자, 공연장이며 녹음스튜디오까지 갖춘 시설인데, 캐나다 최대 통신회사인 벨(Bell)이 1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네이밍 권리를 획득한 것도 이색적이다. 건축가 브래드 클롭필(Brad Cloepfil)이 설계한 이곳은 22만개의 번쩍이는 핸드메이드 테라코타 타일로 이루어진 파사드와 스카이브리지가 미묘한 곡선의 타워로 이어져 존재감을 드러내는 4500여 평의 건물로, '음악과 빛을 뿜어내는 고요하지만 강력한 악기'라고도 표현들 하는데, 설계자는 모두 캐나다 앨버타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2016년 캐나다데이(7월 1일)에 6000여 명의 하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을 열었고, 세계의 많은 언론들이 음악과 건축, 지역 경제 및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음악과 문화 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햇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변해, 건물을 살아있는 음악적 오브제로 만들어낼 뿐 아니라, 절제된 장인정신과 경이감을 동시에 담아낸 걸작으로 지난 10년간 북미에서 가장 멋진 건축물로 꼽혀, '음악적 게시'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오늘도 보는 이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전해주고 있다.

이 박물관에서 꼭 봐야 할 것은 거의 이런 것들이다. 먼저 거대한 킴볼 극장 오르간 중 하나, 엘튼 존이 그의 첫 다섯 앨범의 음악을 작곡한 피아노, 스티비 원더 같은 뮤지션들이 사용했던 세계 최대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등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에 롤링 스톤스는 그룹이 이동 중에도 녹음을 용이하게 하도록 설계된 대형 트럭 안에 맞춤형 모바일 스튜디오를 지었는데, 밥 말리, 딥 퍼플, 레드 제플린과 같은 다른 공연도 녹음을 한 바로 그 스튜디오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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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캘거리 '스튜디오 벨'의 공연장 '메모리얼 스테이지'.
스튜디오 벨은 2000여 점의 악기와 유물을 소장하고, 5세기에 걸친 음악유산을 전시한 5개 층의 전시 공간과 5층 높이에 설치되어, 벽이 열려 내부 전역에 음악을 퍼뜨리는 300석 공연장, 그리고 녹음스튜디오, 라디오방송국, 캐나다 음악 명예의 전당, 캐나다 컨트리 음악 명예의 전당 컬렉션 및 캐나다 작곡가 명예의 전당도 함께 있어, 그 수많은 이름들은 방문객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 만하다. 그리고 20세기 초에 지어진 킹 에드워드 호텔에서 블루스 클럽으로 바뀐 킹 에디(King Eddy)도 포함되어 있다. 그곳은 2004년까지 무려 99년간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고, 이제 다시 라이브 음악 공연장으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현재는 CKUA 라디오 방송국, NMC 사무실도 이 건물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인 '청취' 코너는 청각적 체험을 통해 음악의 역사, 창작, 기술적 혁신을 심도 있게 탐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관람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코너의 핵심은 바로 음악의 체험이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 말고도, 음악의 진화, 기술의 발전, 스타일의 변화 등을 다양한 악기와 기술 장비를 통해 직접 듣고 실험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음악 장르와 기술의 발전을 연대순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음악 기술이 어떻게 음악 산업과 음악 창작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게 해두었다. 과학적 원리를 통해 소리를 '이해'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듯 많은 이들은 '음악을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공간으로서의 혁명'으로 까지 스튜디오 벨을 평가했다.

이제 스튜디오 벨은 캐나다 음악계에 중요한 문화적 랜드마크이며, 음악의 역사와 창작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시된 다양한 역사적 음악 장비들이 전문가들에게 큰 관심을 끌게 되면서 세계적인 음악사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은 공간"이라는 찬사에 힘입어 음악의 창작과 보존의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라고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특히 기존의 박물관들보다 한 차원 높은 참여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을 제공하면서 '음악계의 중요한 인프라'이자, '미래의 음악 박물관'으로서 음악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UNESCO Creative Cities of Music)는 음악을 중요한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음악과 관련된 산업, 창작 활동, 문화적 유산을 지속 가능토록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도시들이다. 대표적으로 몬트리올 음악 박물관, 바르셀로나 음악 박물관, 뉴올리언스 재즈 박물관, 밀워키 음악 박물관, 하노버 음악 박물관 등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스튜디오 벨 역시 이러한 도시들과 더불어 음악적 창의성과 문화적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왜 우리에게는 있을 수 없는가. 그건 경제적 자원 부족, 지역 특성에 맞지 않는 수요, 복잡한 행정, 지속 가능한 전략 부재, 기존 인프라와의 중복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문화, 정치, 경제적 협력이 필요하고, 장기적인 비전과 지속 가능한 계획이 필수적인데, 그 답은 이미 스튜디오 벨이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음악이 중요한 자산인 도시들이 있다면, 앞다투어 '스튜디오 벨'을 찾길 권해본다.

/김정학 前 대구교육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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