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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AI 대전환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5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부가 AI 시대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았다.
AI 시대 첫 번째 키워드는 '경쟁의 글로벌화'이다. AI 기술은 실시간 번역과 정보 접근성을 향상시키며 물리적, 언어적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국경 없는 경쟁 환경에서 우리는 해외 플랫폼을 전략적 교두보로 인식해야 한다.
방탄소년단(BTS)이 유튜브를 발판으로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며 글로벌 현상이 되었고,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인 콘텐츠로 부상했듯, 해외 플랫폼은 국내 창작자나 스타트업이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정부 역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의 연결을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구글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이 공동 운영하는 '창구 프로그램'은 이 모델의 성공적인 사례다.
두 번째 키워드는 1인 기업의 확산이다. AI의 발전은 개인이 적은 인력으로도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1인 기업 창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정규직 중심의 기존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취약계층의 확대와 직결된다. 유능한 인재들이 창업에 도전하도록 장려하려면 1인 기업의 '실패'가 '새로운 도전'의 연장선으로 이어지도록 더 넓은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평생직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수명 연장과 급속한 기술 변화가 맞물리는 시대에는 하나의 직장, 하나의 직무에 머무를 수 없다. 중장년층의 재교육은 개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인구 절벽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과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여전히 부처 간 '칸막이' 문제에 봉착해 있다. 관계부처들이 관련 정책을 각각 따로 담당하면서 정책적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재교육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유연한 노동시장과 사회적 전환 관리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면 AI를 통한 효율화의 성과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AI 도입은 노동력의 재배치를 수반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자체가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인력이 증가하며 사회안전망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거부할 경우, 결국 국내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기술 발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우리에게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환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섯째, 선진흥·후규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기업에 부과되는 많은 규제는 기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동시에 혁신을 가로막을 위험성도 안고 있다. 사전 억제 중심의 규제는 AI와 같이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첨단 기술 분야에 적합하지 않다.
'타다' 사례는 이러한 규제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던 타다는 정작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는 사전 억제식 규제가 어떻게 혁신을 가로막고, 심지어 법적 정당성마저 결여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AI시대에는 '선진흥·후규제', 즉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AI로 인한 세상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변화의 속도는 우리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정부의 역할도 그 속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과감한 정책적 상상력과 신속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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