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상황서 드물게 정부 정책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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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법부가 정부의 전쟁 수행 방식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23개월째 이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기습 공격 이후 전쟁을 이어오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지만, 대부분 "하마스 격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하마스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구금해 왔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기소 없이 수개월간 수감됐다가 풀려나 "과밀한 수용시설, 부족한 식사, 미비한 의료, 옴진드기 확산" 등 열악한 환경을 증언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시민권협회(ACRI)와 기샤(Gisha)는 정부가 식사를 제한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정부는 수감자들에게 하루 세 끼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은 "우리는 우리의 적들이 보여온 방식과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원은 2대 1의 추가 판결에서 원고 측 주장을 일부 수용해, 전쟁 중 식량 제한으로 수감자들이 영양실조와 기아에 시달려 왔음을 인정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전쟁 발발 이후 최소 6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구금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17세 소년이 굶주림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옥중에서 숨졌다.
이스라엘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스라엘 인질들은 가자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대법원은 하마스를 두둔한다"며 "수감자들에게 법이 정한 최소한의 조건만 제공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ACRI는 "교정 당국이 교도소를 사실상 고문소로 만들었다"며 판결의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단체는 "국가는 사람을 굶겨서는 안 된다. 누구든, 어떤 이유에서든 굶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