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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에 따르면 전날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한 네팔 주요 도시에서 정부의 SNS 차단조치 부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당국은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 등에 맞아 최소 19명이 숨지고 경찰 28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지난주 네팔 정부가 페이스북·X(엑스·옛 트위터), 유튜브 등 주요 SNS 플랫폼이 당국의 요청에 따라 공식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접속을 전면 차단하면서 촉발됐다. 정부는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인터넷 사용률이 90%에 달하는 네팔의 젊은이들은 이를 '표현의 자유 침해'라 비판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을 포함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SNS가 아니라 부패를 차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의회로 향했다. 일부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뚫고 의회 단지 진입을 시도했고, 구급차에 불을 지르거나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물대포·고무탄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한 시위대는 현지 언론에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며 "나를 빗나간 총알이 뒤에 있던 친구의 손에 맞았다"고 주장해 경찰이 실탄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995년에서 2010년 사이 태어난 'Z세대'들이 주축이 된 이번 사태는 단순히 SNS 차단 문제를 넘어, 정치권의 부패와 경제적 무능에 대한 젊은 세대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네팔은 2008년 왕정을 폐지한 이후 극심한 정치적 불안정을 겪어왔으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매년 수천 명씩 해외로 떠나고 있다.
시위가 수십 년만의 유혈 사태로 번지자 결국 람 바하두르 레카크 내무부 장관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했다. K.P. 샤르마 올리 총리는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