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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테크기업 ‘코나아이’ 대표가 한옥호텔 지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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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09. 09. 17:40

강원도 영월 '더한옥헤리티지' 종묘 정전보다 넓어
"한옥, 단순한 전통 건축 아닌 현대 기술 융합된 미래의 유산"
2024년 베르사유 건축상 호텔부문 세계 1위
식재료 80% 이상 강원 지역 조달하는 등 지역 상생
[보도이미지_1] 더한옥헤리티지 호텔 전경
강원도 영월 문개실에 위치한 코나아이의 '더한옥헤리티지' 전경./코나아이
9일 오후 강원도 영월 문개실 일대.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시간 푸른 산 밑으로 단층 기와지붕이 너른 마당과 84m 회랑을 따라 이어졌다. 테크기업 '코나아이'의 조정일 대표가 설계부터 참여해 세운 현대식 한옥 호텔 '더한옥헤리티지'다.

조 대표는 IC칩 운영체제(COS)와 스마트카드, 디지털 결제 및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으로 회사를 성장시켜온 기술 중심 기업인이다.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공공·민간에 지역화폐와 디지털 ID 인프라를 공급해왔다.

그런 그가 전통 한옥 호텔을 지은 이유는 '디지털이 아무리 발달해도, 본질은 결국 아날로그'라는 철학 때문이다. 조 대표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와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진짜'를 찾게 될 것입니다. 실제 자연과 실제 문화, 그 속에서 호흡하는 아날로그적 경험을 갈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사업은 조 대표가 유럽 출장 중 경험한 문화경제의 충격에서 출발했다. 조 대표는 "이탈리아 고대 건축물을 보며 진짜 경쟁력은 문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남들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고유한 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고, 그 답이 한옥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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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일 코나아이 대표./코나아이
조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더한옥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에 회원제 독채 숙박 브랜드로 시작했던 사업을 호텔 개관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물리학 전공자로서의 시각도 공간 구성에 담겼다. 그는 "시간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지만 공간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 삼원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영월의 지형을 활용해 소나무 숲과 선돌, 겹겹이 펼쳐진 산세를 각기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오감이 충족되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더한옥헤리티지는 연면적 1만1860㎡로, 단일 목조건축 기준 종묘 정전(1270㎡)보다 넓다. 목재 함수율은 문화재 복원 기준보다도 낮은 15%이하로 맞췄고,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으로 건조해 기존 10년 이상 걸리는 과정도 6개월로 줄였다. 이중창과 단열 보강 같은 현대적 편의 설계도 포함됐다. 이 같은 더한옥헤리티지의 기술력과 디자인은 세계에서도 인정 받았다. 2024년 베르사유 건축상 호텔 부문 세계 1위, IIDA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호텔 부문 수상을 받았다. "한옥이 단순한 전통 건축이 아닌 현대 기술이 융합된 미래의 유산임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운영에 있어 지역 연계도 강조된다. 현재 대목장을 포함한 35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완공 시점에는 1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식재료의 80% 이상을 영월과 강원 지역에서 조달하고 인근 관광지와 연계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향후 계획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2026년에는 독채형 숙박시설 '춘하정사·추동정사'와 수영장, 찜질, 갤러리, 카페를 포함한 '라온재'를 개관하고, 2028년까지 종합 한옥 문화단지를 완공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서울 도심 '한옥 스테이트 존' 조성과 함께 뉴욕·파리 등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한편 14개 객실은 산, 숲, 돌담, 마당을 끌어들인 '차경(借景)' 개념으로 구성됐다. 조식 12첩 반상, 전통주를 곁들이는 '술시', 도포와 궁중한복 체험, 도슨트 투어,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매일 21시에는 한옥 천문대가 개장하고, 22시에는 외관 조명을 모두 끄고 별빛 감상 시간으로 전환된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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