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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인사권 손에 쥔 ‘개혁’ 논의는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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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승인 : 2025. 09. 09. 18:00

대통령 중심의 인사 구조부터 개혁해야
검사장 직선제·독립적 인추위 등 대안
핵심 인사 임명 국회 중심으로 개선
바이오 혁신 토론회,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YONHAP NO-4227>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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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사법부는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권력 남용을 견제하며,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면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제도나 조직의 재설계 이전에 권력의 핵심인 '인사 구조'에서 시작돼야 한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독점하는 구조에선 어떤 기관도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인사권이라는 권력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껍데기 개혁'에 불과하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검찰청 폐지, 수사·기소권 분리 등이 추진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한편으론 검찰 권한의 축소를 이뤄냈다고 보지만, 검찰을 대신할 새로운 권력기관이 등장했을 뿐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사법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대법관 증원, 법관 추천·평가 개선 등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중립성 확보'라는 근본적 과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이러한 반복되는 개혁의 난맥상은 결국 하나의 구조적 문제로 귀결된다. 바로 대통령 중심의 인사권이다.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의 임명권을 쥐고 있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제도적 손질을 해도 근본적인 권력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어떤 조직이든 필연적으로 정권 눈치보기와 충성 경쟁에 내몰리고, 집권 여당의 '칼'이 된다.

보다 근본적인 권력의 분산을 위해서는 검사장 직선제와 같은 국민 참여형 인사 제도 도입이 검토될 수 있다. 대통령-검찰·사법부 수장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고리에 국민을 참여시켜 감시·통제·견제의 기능을 하게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원칙에도 부합하며 대통령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해법일 수 있다. 다만 헌법 개정이 사실상 필수적이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독립적 인사추천위원회를 마련하는 것도 방안이다. 후보를 위원회에서 추리고 대통령이 그 중에서 고르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대신 이를 위해선 위원회 구성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 시민사회나 법조계, 학계 등으로 구성될 수 있으며 여야 균형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또 다른 대안은 국회 중심의 인사 임명 절차 강화다. 단순히 청문회 보고서만 채택하는 형식이 아니라, 국회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고강도' 동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여야가 모두 반대하지 않는, 어느정도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물만 요직에 오르게 되는 구조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질적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원래 대통령의 권한에 맞서는 국회의 견제 장치였다. 지금은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전락했다. 전문성 검증의 자리가 아니라 인격 살인의 장이 됐다. 여당은 대통령 뜻에 따라 무조건 찬성,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뿐이다. 유능한 인재가 아닌 망신과 모욕을 버텨내는 철면피 인사가 주요 포스터에 앉게 되면 공직사회의 질도 떨어진다. 청문회 결과를 대통령이 무시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청문회를 무시한 임명 강행이 반복된다면 국회의 견제 기능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는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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